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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기 불타는 도봉산 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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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소요거사 작성일 2013-11-13 19:09 댓글 0건 조회 1,15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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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 찬바람이 스산하게 느껴지는 11월 두째주 일요일
그래도 올해 마지막 단풍구경인데 그냥 있을수야 읎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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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아픈데 괜스레 친구들한테 민페끼친다고 깽깽대는 아내를 한대 쥐어 박아 찍소리 못하게 해 놓고
만남의 광장으로 가면서 속으로 생각하기를....
'이 친구들 오늘도 분명 초입새서 땡땡이 칠텐데...우찌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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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원수를 파악하자 마자 산악회장이 대뜸 하는 말
"오늘은 막걸리 몇병이나 갖고 왔나 점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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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되겠다 싶어서 아예 딱 짤랐다.
"느그들 전처럼 또 초입새에서 술타령이나 할려믄 아예 여기서 떨어 지거라"
한넘도 입을 열지 못하고 멀뚱멀뚱 먼산만 바라 본다.
해서 지하철 타고 오믄서 생각했던 산행 계획을 선포했다.
"원 계곡길을 따라 가다가 포대능선을 탄다. 거서 점심먹고 도봉산에서 가장 단풍이 멋진 곳인
염초샘으로 하산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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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계곡으로 오르는 양편 산에는 불같은 단풍이 미소로 반긴다.
제 역활을 다하고 한겨울 쉼을 위하여 떨어져 누운 낙옆들도 무수한 발길에 밟히면서도
신음소리 하나없이 웃는 얼굴이다.
가고 옴이 모두 자연의 섭리거늘 거부없이 받아 들이는 저들의 슬기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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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님! 배낭은 이 쫄다구가 메겠소"
흐흐흐~~~인식 아우여~ 기특한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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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이들, 다시 못올까봐 욜심히 인증사진을 남긴다.
무심히 가는 세월이 무섭긴 무서운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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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입새에서 20여분쯤 걸으면 평지가 하나 나오는데 바로 지난 여름 터를 잡았던 곳.
응당 쉬어가는 곳이라고 생각하는지 주섬주섬 자리부터 편다.
가볍게 우선 목추김으로 일 잔만 하능기다.......어쩌구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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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데,
의정부댁이 준비해 온 오리찜을 거내 놓는 순간 표정이 확 바뀐다.
이넘은 쐬주. 저넘은 안주.떡.과일.서울탁배기,동동주,복분자......
아예 등산화를 벗더니 돗자리 깔자~모자라면 신문지라도 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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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마시고...
누구 하나 엉덩이를 들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랬다.
이들은 애당초부터 여기서 일어날 생각이 없었던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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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단풍으로 우리 '37기'를 의미하는 '37'이라는 수를 놓는다.
떠나는 가을을 아쉬워 하는 女心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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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은 어찌 됐냐구?
일찌암치 동행을 포기하고 대균성님과 나 둘이서만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자넨 어디로 갈낀데?"
"응! 포대능선은 자신없고...난 자운봉쪽으로 오를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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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없는 가을계곡길에는 낙엽이 친구다.
얼핏 혼자 오르는 산길이 외로울것 같지만 그렇지 않는 것은 바로 이 낙엽과의 소롯한 대화 때문일 것이다.
묻는다.
"삶과 죽음은 서로 어떤 의미인가?"
답이 온다.
"꽃은 피면 곧 지고 사람 역시 이윽고 죽는다. 이 허무한 법칙은 생명있는 것의 피할수 없는 숙명이니..."

그렇다면 사는것과 죽는다는 것은 동일한 것이라는 해석일터라, 앞으로 우리가 가야 하는 먼 길은
소멸이 아니고 생성의 전주곡이라는 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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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아래와는 달리 도봉의 정상은 이미 흑갈색의 죽음 천지다.
동반자를 다 잃고 오둘오둘 떨고 있는 앙상한 나뭇가지들을 보며 한동안 침읍한다.
아무리 그래도 삶 보다는 죽음이 더 애처롭지 않겠는가.

제법 가파른 오르막 길이라 목돌이를 풀었는데도 등골에 땀방울이 맺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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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련은 두면 둘수록 더욱 초라해 지는 법.
한평생 살아 오며 누군들 떠날때는 후회롭지 않으리
억겁의 윤회속에 찰라를 살다 갈찌라도 욕망은 끝없는 것이니 다만 비우는 지혜만이
스스로를 번뇌에서 구하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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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거는 산불감시초소요"
포대능선위에 아직도 우뚝 서 있는 화장실을 바라 보며 끝내 우기던 C모 전우가 생각난다.
아직은 건강해서 이곳 저곳 산행을 즐기면서 지낸다니 반가우나 오래 만나지 못한 서운함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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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리 딛는 발걸음이 어즈럽다.
진홍빛 물감을 쏟아 붓듯 온통 붉고 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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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봉의 단풍은 역시 염초샘이 있는 이곳이 가장 뛰어나다.
온 산비탈이 단풍나무로 뒤덮혀 조금만 고개를 돌려도 숨이 막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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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깨닫는다.
생각이 깊으면 오히려 번뇌가 깊다 했지.
그러므로 나는 혼자임을 억지로라도 인지하려 한다.
왜냐하면 단풍으로 휘덮힌 늦가을 산은 혼자임이 의미를 더 하기 때문.
넓디 넓은 화두를 던져놓고 가을 아지랑이 같은 천자만홍한 미소를 머금고 굽어보는
절산(絶山)의 웅혼을 읽자면, 길섶에 차곡차곡 쌓이는 낙엽의 아픔을 속깊으게 읽자면,
혼자임에 더 넓은 집중의 공간을 줄수 있을 것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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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라는 이 단순함에 삶이 있다면
허어~
나는 구구인가? 스스로 물을 일 무에 있으랴
그냥 혼자서 단순히 살면 될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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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게 물드는 산천만큼이나 이 무심한 사람아~
내 가슴도 지금 붉게 뛴다네
꼭 자네 때문만은 아니지만...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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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를때 보다 내려 올때가 더 시간이 걸린 것은 아마도 너무 아름다운 단풍에 취했음인가.
남은 술 다 마시며 노닥거린 탓인지 단풍보다 더 붉게 물들인 얼굴들을 하고 가다리던 벗들과
하산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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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秘話 하나]
저기 보이는 거이 만장봉이다.
헌데 자세히 살펴보믄 만장봉 맨 꼭데기에 바위덩어리가 하나 곱사리 븥어 있는거이 보일꺼다.
한 넘이 묻기를....소요성님! 저 바위가 왕년에 성님께서 그옆 선인봉에서 집어 던진 그 바위가
분명합니까?"
녀석들~ 아즉은 젊어서 총구(총기)는있어 갖고.....
"맞다! 그 당시 선인봉에서 자운봉으로 저 바위를 옆에 끼고 건너 뛰다가 중간에 있는 만장봉에
내려 놓았었지"
......뭐 다 소싯적 야그재......헐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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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해는 노루꼬리 만큼 짧다.
그래도 도봉산에 오른듯 시치미를 뚝 따고 내려온다.
어떤 아짐씨가 아무래도 정상까지 갔다온 폼새가 아닌듯 한지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쓱~ 훑어보며,
"어느봉 다녀 오셨나요?"
그래도 양심은 있는지 "뭐~ 그냥 이곳 저곳을....단풍구경이 목적잉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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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봉 입구 임진각매운탕집에서 하신주를 거하게 마시고
오늘의 산행을 마친다.
뭐....산이 있어 거기 갔으면 그걸로 족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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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균성님의 간곡한 부탁으로
영정용사진을 찍었다.
이런건 미리 찍어 두믄 장수한다는 속설이 있으니....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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