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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길을 묻다 191- 『약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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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에이포 작성일 2021-08-30 16:15 댓글 2건 조회 81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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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약속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누군가와 시간과 장소를언약하고 기다림 끝에 만나는 것, 통속적인 의미의 약속이다.

우리는 참으로 많은 약속을 하면서 살아왔다. 젊은 시절 이제부터는 마음을 다잡고 성실하고 차카게(?) 살아보겠다는 자신과의 약속부터 결혼할 때 손에 물 한방울 안묻히게 해주겠다는 감언이설을 앞세운 아내와의 약속, 술을 줄이거나 담배를 끊겠다는 아이들과의 약속, 친구나 연인과의 약속 등 어쩌면 삶은 약속의 점철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또 한 살아있는 한 많은 약속을 하며 살아갈 것이다. 약속이 없다는 것은 인생에 있어 너무도 큰 결핍이며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약속이 줄어든다는 것은 삶의 의미가 상실되어 간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코로나로 잃어버린 가장 큰 것 중 하나가 약속이다. 사회적 동물인 사람이 약속을 하지 못하는 것만큼 큰 불행이 어디 있으랴. 친구와 친지는 물론 심지어 자식들과 아내까지 약속보다는 경계를 하며 살아야 하는 이 황당하고 어이없는 시대를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요즈음은 간간히 접종을 마친 검증된 친구를 만나거나 가끔씩 있는 공적인 회합 외에 약속이 줄어들다 못해 바닥을 치고 있다. 누구를 만난다는 것은 그만한 사회적 책임과 책임에 따른 부담이 있기 때문에 서로 조심스럽다. 

더구나 근간에 어렵사리 중대한 결심이라도 하듯 한 사소한 약속마저도 코로나의 확산 여부에 따라 지킬 수 없거니 미뤄질 때는 안타깝다 못해 절망스럽기까지 하다. 

약속이 없는 세상은 나무 한그루 없는 겨울 언덕과 같이 황량하기 짝이 없고, 약속이 없는 삶은 마른 꽃잎처럼 삭막하다. 더구나 작심하고 잘 지켜온 약속이 있었던 반면에 굳게 하고도 지키지 못한 약속도 많았다. 

오늘도 약속이 없는 하루가 간다. 하지만 이제 두 번째 접종을 받고 곧 위드코로나의 세상이 오면 그동안 묵혀두었던 약속을 하나하나 꺼내어 지키러 나설 것이다. 

오랫만에 누군가를 만난다는 기대에 벌써부터 조금씩 마음이 달뜨고 얼굴에 화색이 도는 것을 느끼게 되니 그동안 우리가 무시로 해 왔던 약속은 그럴 수 없이 소중한 언어이며 아름다운 구속이 아니던가 싶다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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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욱빈님의 댓글

임욱빈 작성일

에이포님!
어쩌면 우린 상대가 있건 없건간에 약속이라 것을 하면서 살아왓지요.
그러나 생각해 보변 아무 약속없이 하루하루를 보낸다 하여도 오늘을 자면서
내일 아침이면 일어나 일상행활을 시작하는 것도 자연과의 약속이 아닌가 쉽숩니다.
새삼스레 "약속"이라는 단어에 위 글을 읽고 멍!!! 하니 잠시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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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포님의 댓글

에이포 작성일

약속이 더러 부담도 되고 삶의 굴레도 되지만 
또한 약속이 있어 기대감과 희망을 안고 살아가기도 하지요.
굳이 약속이라고 칭하지 않더라도 자연과의 교감 역시 마찬가지가 아니겠는지요.
암묵적이지만 눈과 마음으로 대화하며 나누고 거둬들이는 이치 또한 약속인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