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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비게이션에 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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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규전50 작성일 2023-04-26 06:32 댓글 1건 조회 50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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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비게이션에 쫄다.

 

 

일전에 한양에 갔다 와야 할 일이 생겼다.

촌놈이 거기에 갈 경우 버스나 기차를 타면 간단하게 다녀올 수 있는데 그날만큼은 시간을

 맞추기 힘들어 승용차를 가지고 가게 되었다.

 

서울에서 운전을 한다는 것은 시골사람들에게는 좀 어려운 점이 있게 마련이다.

운전이라는 것은 지리를 잘 알아야지만 제대로 할 수 있는데 가끔 가는 서울에서 무리 없이 

한다는 것은 생각처럼 용이하지는 않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네비게이션이라는 걸출한 발명품이 나오는 바람에 그가 시키는 대로 방향만

 잘 틀어주면 목적지에 원만하게 갈 수 있게 되었다.

 

서울은 면적으로만 보았을 때 강릉보다 훨씬 적다.

수치상으로 보면 강릉이 1040, 서울이 605이며, 우리나라에서 가장 넓은 면적을 가지고 

있는 강원도 홍천은 1819이다.

강릉보다 좁은 면적을 가지고 있는 서울에서 운전을 하는 것이 여간 힘들지 않다는 게 좀 특이

하지 아니한가.

한정된 도로에 엄청난 량의 차가 운집해서 굴어감으로써 복잡하기 그지없는 곳이다.

인구밀도가 최고조인 서울 시민들이 굴리는 차량도 만만찮이 많으리라 본다.

이런 곳에 전국에서 이런 저런 사유로 올라온 차량은 또 얼마나 많은가.

도로란 도로는 쉴틈없이 차들로 빼곡히 들어차 있으면서 어디가도 거대한 주차장을 방불케 한다.

그런 곳에서 촌놈이 끼어들어 운전을 해야 하니 그 어찌 힘들지 아니하겠는가.

 

서울서 운전하는 방식은 지방에서 하는 것 보다 좀 달리해야 할 것 같다.

일단은 인내심부터 키워야 할 판이다.

아무리 바빠도 밀리는 차 대열에 끼면 옴짝달싹을 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그저 앞차들이 빨리 빠지기만을 기다리는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고 보면 남는 것이라고 

인내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지리를 빠삭하게 잘 알 것 같으면 샛길이라도 찾아서 가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

보니 남들이 다 가는 길로 갈 수 밖에 없고, 그 길은 자연스럽게 밀리는 구간으로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네비게이션도 샛길로 인도하는 것 보다 넓은 길로 안내를 해 주는 게 다반사라 본다.

이래저래 시골사람이 서울서 운전하는 것은 용이치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지방에서 서울 입구까지는 잘 갈 수 있다.

어차피 지방도로야 주말이나 명절같이 특정한 날이 아닌 한 그렇게 밀리지는 않는다.

그런데 서울 입구에만 들어서면 귀신같이 차가 밀리기 시작한다.

서울에 왔다는 신호탄은 차가 밀리면서 쏘아 올려지게 되는 것이다.

그 대열에 들어서는 순간 세월아 네월아를 외치면서 자신의 인내심의 한계를 맛보아야 

하는 것이다.

서울서 볼일을 보고 빠져 나올 때에는 그 역순으로 이어진다.

서울서 잘 만 빠져나오면 성공적인 운전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승용차를 가지고 서울에서 볼일을 볼 때에는 가급적 출퇴근 시간은 비켜주는 것이 그래도

 현명한 운전법이 아닐까 싶다.

 

전에 서울서 볼일을 보고 나오면서 강릉을 세팅해 놓고 보니 시간이 생각보다 더 길게

 나온다.

그 코스가 영동고속도로를 경유하는 코스였는데 그보다 단축해서 올 수 있는 도로가 

원주에서 경기도 광주 간에 새롭게 뚫린 고속도로가 아닌가 싶어서 그 도로의 시발점 

격인 초월 나들목으로 세팅을 해 놓았다.

그랬더니 네비게이션은 양재동을 지나 판교 근처까지 오기 전에 성남쪽으로 빠지게끔 

안내를 해 주었다.

성남시도 서울 못지않게 차가 밀렸다.

이런 곳에서 어떻게 운전하면서 살아갈까 하는 생각도 들어갈 정도이다.

밀리고 밀리는 차량 대열에 끼어 초월 나들목까지 왔다.

그런데 거기서부터 원주까지 오는 과정에서 동곤지암, 이포, 대신, 동여주, 동양평

서원주나들목과 마주치게 된다.

그날따라 초월 나들목으로 들어가서 원 고속도로로 진입하는 과정에서도 차들이 엄청 

밀렸다.

 

그사이에 중간 중간에 나들목을 지날 때마다 네비게이션에서 그 나들목으로 빠져 

나오길 요구하는 것이다.

요즘 네비게이션은 나들목 빠지는 도로가 분홍색인지 녹색인지까지 정확하게 집어 줄

 정도로 정교하게 세팅되어져 있다.

그냥 고속도로를 달려야 하는데 이런 나들목 구간마다 빠지도록 강요를 하는 게 아닌가.

그날따라 날씨도 흘찍한 게 운전하기에는 그만이었는데 네비가 그렇게 안내를 해 주면서

 혼돈이 오기 시작했다.

 

왜 네비가 나들목을 지날 때 마다 빠져 나오길 강요하는지?

해서 한 나들목에서 네비가 시키는대로 빠졌더니까 한다는 멘트가 다시 유턴을 하라는

 것이다.

아니, 유턴해서 갈 것이면 그대로 가라고 안내를 해 주면 간단히 끝날 일인데 왜 그런

 멘트가 나왔는지도 이해하지 못했다.

유턴을 해서 다시 메인고속도로를 타고 원주쪽으로 향했다.

실제로는 유턴을 해서 서울방향으로 다시 가라는 것이 였는데 그걸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는 과정에서 엄청나게 고심을 했다.

왜 네비는 나들목마다 빠지도록 강요를 하는가에 대해서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를 할

 수 없었다.

 

서너 번째에도 계속 그렇게 안내를 해 주기에 그 다음엔 생각을 달리 해 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갔다.

왜 네비가 나들목을 지날 때 마다 강력하게 빠져나가길 요구하는지 심도 깊게 생각해 

본 결과 그 이유를 찾아냈다.

네비의 잘못이 아닌 인간이 세팅을 잘 못했기 때문이었던 것이다.

초월 인터체인지에다 세팅을 해 놓고 거기를 지난 다음 풀어 놓던가 다음 목적지를 

지정해 주어야 하는데 그냥 달려버린 것이다.

기계가 거짓말을 할 리가 없었던 것이다.

이런 정신을 가지고 운전을 하면서 네비에 대해서 의구심을 강하게 보낸 인간의 

편견이 어이없었던 것이다.

 

나의 정신머리가 나갔던 것이다.

그러 정신으로 운전을 했으니 제대로 된 운전이라 할 수 있었겠는가.

복잡한 일, 급한 일, 험악한 일, 정신없는 일 등을 하다보면 몸과 마음이 일치되지 

않아 본이 아니게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정신이 나가면 나간 정신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 올 때까지 휴식이나 안정을 취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것이 정상적인 삶이라 본다.

아무 생각도 없이 뭔가 되겠거니 하면서 밀어 붙이다보면 큰 코 다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해 준 사례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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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회53님의 댓글

김양회53 작성일

감자 팔아 서울 구경 가신 듯한 선배님의 서울 방문기 재밋게 봤습니다.
핸드폰 네비를 보면서 목적지를 찾다가 전화 벨이 울리는 바람에 낭패를 보는 경우가 종종 있었지요.
이제는초행 길에는 잠시도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 네비게이션인 것 같습니다.
또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