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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길을 묻다 196 - 『키오스크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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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담(43) 작성일 2022-05-18 15:50 댓글 2건 조회 16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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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여 전 어느 날, 늦은 점심을 먹기 위해 학교 구내식당에 가보니 필자의 키만큼 한 낮선 기계 한 대가 식권 판매대 앞에 우뚝 서 있는 것을 보고 당황했던 적이 있다. 

 

사전 예고도 없었고, 학생들이 기계 앞에 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 낮선 풍경에 얼른 발걸음을 돌려 일단 대면으로 식권을 사서 점심을 먹긴 했는데 올 것이 왔구나 하는 심경이었다. 지금은 당연한 듯 키오스크에서 식권을 뽑아 쓰지만 그때는 왜 그리도 낮설고 이질적이었던가 한동안 밥맛마저도 사라진 듯했다.  


키오스크(kiosk)는 당초 서구에서 시작된 말로 복권이나 신문 가판대처럼 한쪽에 창문이 열린 점포를 일컫는다. 현대에 와서는 은행이나 병원, 식당, 커피숍 등에 주문이나 안내를 해주는 '무인 단말기'를 키오스크라고 하는데 대체로 터치스크린 방식을 사용하기에 실상 접근이 그리 어려운 기계는 아니다.

 
심지어 앞서가는 식당에는 탁자마다 소형 키오스크가 설비되어 있어 일단 입장한 후 탁자에 앉아서 음식이나 음료를 주문하는 편의성을 제공하기도 한다.    
 

어느새 우리 주위에 흔히 볼 수 있는 키오스크지만 중장년층에게는 여전히 두려움의 대상이다. 행여 시대에 뒤떨어진 노인네 취급을 받을까 젊은이들의 눈치를 봐야 하고, 작동방법이 서툴러 뒤에서 기다리는 사람에게 누가 될까 염려하는 등 말이다. 

 

아직도 키오스크를 낮설어 하는 이들이여, 용기를 내어 어디 한번 도전해 보시라. 더러 계산원과 싱갱이를 벌일 일도 없을뿐더러 사람보다 빠르고 정확한 계산기능을 가지고 있으니 익숙해 지면 편리하기가 이를 데 없다. 

 

다만 키오스크를 이용하면서 서운했던 것은 식권을 살 때마다 정겹고 고운 미소로 반겨 맞아 주는 구내식당 아주머니와 더 이상 마주할 기회가 없다는 점이었는데, 시대가 변하면서 상실해 가는 것이 어디 이 뿐이겠는가. 입맛이 쓰지만 새로운 문명에 저항할 명분도 없어 그저 세월을 따라 살아야지 할 뿐이다. 

 

, 이 단절에 단절을 더하는 무심한 문명이여!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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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연님의 댓글

김석연 작성일

똑 같은 상황을 1년전에 경험했던 일이 떠 오르네요
부산에 갔다오다 휴게소에 들렀는데 예전처럼 예쁜 아가씨가 주문을 받으면 좀 좋으련만
기계를 가르쳐 주며 거기다 주문하라는 겁니다. 내 뒤에는 벌써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내가 빨리 주문하기를 바라고 있고 난 작동방법을 몰라 머뭇거리기만 하고 .....
얼굴이 화끈거려 그 자리를 뒷사람에게 양보하고 나온 뒤끝이 왜 그리 개운치가 않던지.

자동차에 돌아와서 곰곰히 생각하니 이러다가 문명의 이기에 노인네가 주눅들면  젊은이들의 조롱거리만
될 뿐이라는 생각이 불현듯 들어 매장을 다시 찾아 작동방법을 자세히 훑어 봤네요
아가씨의 도움을 받아 작동해 보니 별것 아니더군요
정확한 주문이 일거에 해결되는 기계를 대하면서 이러다가 사람과 사람의 아름다운 말 나눔이 사라지는건
아닐까 부질없는 걱정도 들던 하루 였습니다.

생각을 깨우치게 하는 글
찬찬히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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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담(43)님의 댓글

최담(43) 작성일

ㅎㅎ 그랬군요.
저도 학생들이 수업 중인 틈을 이용해 혼자 숙지를 했지요.
최근에는 AI 스피커도 설치를 했습니다.
어차피 써야 할 문명의 이기입니다.
곁방 노인네 소리를 듣지 않으려면
용감하게 들이대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건강하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