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동문 문화예술

길 위에서 길을 묻다 197 - 『아프리카노』

페이지 정보

작성자 최담(43) 작성일 2022-06-15 14:41 댓글 0건 조회 149회

본문

커피-1024.jpg

 

커피문화가 프랜차이즈라는 생소한 컨셉을 타고 한국에 상륙하여 시장을 막 넓혀가던 시절의 얘기다. 지금도 그렇지만 커피 메뉴는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외래어투성이다. 전량 해외에서 수입이 되는 마당이니 당연하다 할 것이다. 

 

커피는 에스프레소를 기본으로 카페 아메리카노, 카페 라떼, 카푸치노, 카페모카, 카페오레, 마끼야또, 콘파냐, 프로페 등 원산지와 원두의 가공(추출)방법에 따라 수없이 많다. 

 

당시 커피하면 떠오르는 국가가 에티오피아였는데, 케냐, 탄자니아 우간다 등 주로 아프리카에서 생산된다는 것이 정설로 통했다. 물론 이후 커피벨트에 속하는 브라질, 컬럼비아, 볼리비아 등 남미와 베트남, 인도네시아, 자바, 필리핀 등 아시아권에서도 대량 생산, 수입되고 있는 것을 알게 된다. 

 

지금처럼 몇 걸음만 옮기면 가로변 골목 할 것 없이 곳곳에 커피샾이 있는 것이 아니라 취향에 따라 커피 한잔 제대로 마시려면 여기 저기 수소문을 해 일부러 찾아가야 했던 시절, 기억도 까마득한 어느 해 어느 날 친구와 약속을 잡고 해안가 어느 소문이 자자한 커피샾으로 갔는데 이 분야에 조금 일찍 감각이 트인 친구가 주문대 앞에 서서 화장실로 향하는 나에게 느닷없이 물었다. 

 

자네는 뭘로 마실거야?” 

 

사각 유리병에 든 맥ㅇ커피가 고작이었던 때, 어디서 들은 풍월은 있어 가지고 지가 무슨 커피매니아라도 되는것 처럼 허세가 잔뜩 섞인 악센트를 넣으며 매장이 쩌렁쩌렁 하도록 이렇게 대답했던 듯 하다.

  

, 난 아프리카노!!” 

 

그런데 더욱 웃기는 일은 커피샾 안에 있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의 이 아리송하고도 해괴한 커피이름을 듣고도 전혀 웃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아마 그들도 커피에 관한 한 나와 같은 수준의 초보였기 때문일 것이다. 아니면 이 어처구니없는 커피 이름에 기가 막혀 말이 안나왔던가... 

 

아메리카노와 아프리카노는 한 글자 차이다. 하지만 커피발자국을 따라 역추적을 해보면 시장성에서 대륙과 대륙의 충돌인 동시에 커피매니아들이 받아들이는 어감과 맛과 향기는 사뭇 다르다. 물론 '아프리카노'라는 이름의 커피는 그때나 지금이나 없다. 

 

커피의 주산지가 아프리카로만 알려졌던 당시 아프리카에서 생산된 커피가 왜 가공된 후에는 아메리카노로 불리는지 궁금했다. 이후 나는 이날의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커피에 관한 연구에 집중해 커피의 경제학이라는 논문과 칼럼을 학회지와 신문에 게재해 호평을 받긴 했는데... 

 

그 친구와 나만 아는 나의 별명이 된 아프리카노’, 만나면 한쪽 눈을 찡긋하며 나를 ‘hello! 아프리카노라고 놀려먹던 옛 친구, 나는 오늘 그 친구를 생각하며 아메리카노 아니 아프리카노(?)를 마신다

 

그가 그립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