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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 60일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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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규전50 작성일 2023-10-31 13:46 댓글 1건 조회 25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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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수 60일째

 

 

백수란 단어를 사전에 찾아보면 별의별 내용이 다 나온다.

白水, 白首, 白叟, 白鬚, 白壽, 百獸, 白手란 표현이 나온다.

차례로 그 뜻을 훑어보면 맑은 물, 흰머리, 늙은이, 허옇게 센 수염, 99, 온갖 짐승,

특별히 하는 일 없이 빈둥거리는 사람으로 해석이 나온다.

사전적 의미에서는 마지막에 白手에 해당되지 않을까 싶다.

이를 현실적으로 어떻게 표현하는 것이 가장 합당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많이 있으리라 본다.

 

 

백수를 좀 더 포괄적으로 표현한다면 일 할 수 있는 능력은 있는 것 같은데 현실에서

 빈둥거리면서 노는 사람 정도로 표현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일종의 배부른 백수의 부류일 수도 있을 것이다.

아예 힘과 능력이 다 소진되어 이 사회에서 써 먹기에는 한계가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외부에서 바라봤을 때 백수의 종류도 천차만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백수의 처지에 있는 사람 입장에서는 어떻겠는가.

그 또한 일을 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빈둥빈둥 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일을 해도

 부가가치가 생기지 않아서 아예 일 자체를 접고 노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어떤 심리적 상황에 처해 있다하여도 백수의 처지가 되면 자존감은 구겨지게 돼 

있는 법이다.

일단 내 자신에 대한 존재감이 엷어지거나 없어졌다고 생각하는 바람에 스스로가

 위축되는 것이다.

 

 

어느 누구도 백수가 되고 싶어서 된 사람은 거의 없으리라 본다.

자신의 요인이던 외부의 요인이던 간에 백수 쪽으로 갈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

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 본다.

죽기 전까지 백수의 영역에 들어가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정신적 육체적 건강이 받쳐주는 가운데서 자신에게 주어진 할 일을 소화해 나갈 수

 있는 사람일 것이다.

과연 그런 사람이 이 세상에 몇 명이나 될 것인가를 생각해 보면 그 또한 용이한 

일은 아니라 본다.

 

 

백수란 결국 할 일이 없는 자를 일컫는 단어라 보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그러고 보면 여자보다 남자가 백수가 될 확률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세상이 변하면서 남녀의 일 경계가 불분명해지면서 성에 따라서 일의 구분이 있다는

 생각 자체가 고루한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남자의 손이 가야할 곳, 여자의 손이 가야할 곳은 따로 있다는 관념까지

 무시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다.

 

 

백수의 대열에 끼기 용이한 사람은 은퇴하거나 실직한 나이 먹은 남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나이를 먹으면서 자연스럽게 퇴물의 반열에 들어간다는 것이다.

여기서 자유스러운 사람은 그 누구도 없을 것이다.

그것을 어떻게 완화하면서 살아가는가가 해법에 일부가 될 수 있을 뿐이다.

 

 

저도 백수의 반열에 들어선지 벌써 60일이 지나가고 있다.

그 대열에 들어설 때엔 피상적으로 받아들였는데 이제는 그게 나의 것으로 고착이

 되어가고 있다.

백수의 가장 큰 특징으로 꼽히는 것들이 죄다 내게 몰려오는 것이다.

일단 나의 존재감이 점점 희미해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나와 가장 가까운 아내와 자식들이 측은하게 바라보기 시작하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것이다.

애비나 남편에 대한 희망이나 기대감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느낄 때가 있다.

물론 자격지심인지는 모르지만 심적으로 느끼는 것까지 부정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 다음으로 내 자신에 대한 무능력감이다.

지금까지 무엇을 하고 살았기에 이렇게 무력하게 백수를 맞이하고 있냐는 것이다.

60 수년을 살았으면 그 기간 동안에 한 일에 대해서는 도사 급이 되었을 터인데 

막상 그 세계에서 나와 보니 별 볼일 없는 한 인간으로 전락되었다는 것이다.

자신에 대한 실망감은 생각보다 훨씬 더 크게 다가온다는 것이다.

 

 

백수가 되다보니 건강도 거기에 걸맞게 세팅되어지는 것 같다.

백수의 세계가 한 인간이 위축되어 가는 과정이라 보았을 때 건강도 거기에 걸맞게

 망가진다는 것이다.

할 일이 없음으로서 건강도 굳이 팔팔하게 유지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육체가 망가지고 거기에 따라서 정신도 흐릿해짐을 확실하게 인식할 수 있다.

자연스럽게 의욕이 상실되는 것이다.

젊었을 땐 뭘 해도 힘이 났었는데 백수가 되고 나니 뭘 해도 맥이 빠지는 세계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백수 60일째에도 별 대책 없이 백수와 함께 노닐고 있다.

어차피 백수인데 그게 아니라고 외쳐본들 누가 콧방귀나 퀘 주겠는가.

백수도 인생의 한 조각이자 일부임에는 틀림없는 일일 것이다.

어떻게 백수생활을 하는 게 그래도 좀 더 고상하고 격이 있는 것인지는 고민을 좀 

더 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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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모님의 댓글

강신모 작성일

백수는 노화를 촉진시켜요 ㅎ
잠시 쉬시고,
돈을 떠나 취향에 맞는 일을 찿으세요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