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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기 옛 추억을 회상하며......Story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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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불량마눌 작성일 2006-06-05 18:11 댓글 0건 조회 58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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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수 마시고 다시 시작하겠다고 했습니다만
냉수 갖고 도저히 다음을 시작할 수 없을 것 같아
산에 다녀왔습니다.

산에 가서 기도드리고 왔냐고요?
아닙니다.
나름대로 제 자신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려고
극기 훈련하고 돌아 왔습니다. ㅋㅋ

자~아~
심호흡하고 슬슬 시작해 보겠습니다.

지역도 낯설지요.
집도 낯설지요.
사람도 낯설지요.

이 남정네에게
무어라 변명이라도 듣고 싶은데 만날 수 있어야지요.

그저 잠은 안 오고 시간만 갈수록
저의 어머니께 ‘거짓을 고하고 이곳에 온 것이 죄를 받는 것이다’라는
생각으로 머리 속에 가득 했습니다.

몸을 뒤척이며 얼굴 한번 돌릴 때마다
남정네의 어린 조카하고 얼굴을 마주치니
또 울고.......
한 마디로 미치기 일보 직전이었습니다.

아니~ 컴컴한 속에서도 제 얼굴만 보이는가요?
아님 아기의 느낌이었을까요?

어느 새
새벽닭이 울기 시작했고
건너 방의 어르신들은 벌써 깨어 나신 것 같았습니다.

이 남정네의 형수님은 아직 꿈나라이신데
저 혼자 잘난척하고 먼저 일어나
“안녕히 주무셨어요?” 하며 예의를 갖출 처지도 아닌 것 같았습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누워 있자니
몸이 다 비틀어지는 것 같더라고요.
이 남정네 밤새 제가 엄청난 정보를 입수한지도 모른 채
아침에 제 얼굴을 보는 순간
무척 반가워하는 표정이 역력했습니다.

일단 어른들께 문안 인사 여쭙고
아침상을 받았습니다만
목에 밥이 넘어 가겠습니까?

“야~야~ 엊저녁에도 조금 먹더니만 왜서 그래 못 먹나?”
괜스레
어른들의 심려만 끼쳐 드리는 것 같았습니다.

이 남정네 어머님께서
‘심심한데 둘이 포도밭에 다녀오라’시며
당신 치마 속을 들춰내셨습니다.
속바지 속에 꽁꽁 숨겨 놓았던 접혀진 지폐 몇 장을
이 남정네 손에 쥐어 주시며
“야~야~ 밥도 잘 못 먹는데 맛난 것 좀 사 주거라.”
이 남정네만 보이게 눈을 껌뻑이셨습니다.

하지만
따뜻하신 어머니의 마음을 안 보는 척 하며 훔쳐보고 말았습니다.

자그마하신 체구에 야무진 모습의 어머니!
장화를 걸치시고 동태 배를 가르러 다니셨지만
그 날 만큼은
이 남정네에게 혹여 흠이 될까 염려되시어 집에 계셨나 봅니다.

“어~여 다녀오라”는
어머니의 눈짓과 몸짓을 뒤로 한 채
이 남정네가 타고 있는 자전거 꽁무니에 매 달려갔습니다.

자전거 뒤에 타고 있는 한 여자가 행여 떨어 질까봐
이 남정네는 자기의 옆구리를 꽉 잡을 줄 알고 은근히 기대했겠지만
어제의 마음이 풀어지지 않았기에
한 여자는 어정쩡한 자세로 매 달려갔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이 남정네
“떨어지니 꽉 붙잡아~” 하였지만
한 여자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습니다.

자전거를 한 옆에 세우며
“왜 그러느냐?” 는 질문에 한 여자는 다짜고짜 따지고 들었습니다.

자초지종을 들은 이 남정네 말하기를
“하여간 형수도 문제야. 지금 부모님 건강도 좋지 않으신데
나 좀 도와주지. 그 사이 그런 말씀을 하셨나? 하여간.......” 하며
사정이야기를 이어 나갔습니다.

빨리 짝지어 형수 밑에서 분가를 시켜 놓고 가야겠다는
자식에 대한 연로하신 부모님의 심정을 이해하기에
이 남정네의 솔직한 심정으로
그 동안 알고 지내 왔던 여자를 소개시켜 드렸다며
진짜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습니다.

그러나
한 여자의 어린 마음은 그저 울고 싶기만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이해한다기보다 그저 야속하기만 했던 마음이 사실이었으니까요.

그리고
순간 저의 부모님이 계시는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습니다.

속이 상하고 야속해도
어르신이 포도밭에 다녀 오라하시며 꽁꽁 숨겨둔 귀한 돈을 주셨으니
당연 포도는 사 가지고 돌아가야 했기에
훌쩍이면서도 다시 자전거 꽁무니에 매달렸습니다.

한손으로 옆구리를 잡고 한 손으로 눈물을 훔쳐내는 한 여자를 돌아보며
이 남정네는 그만 울라고 달랬습니다.

지금 같았으면
“야~ 됐다. 너 없으면 못살 것 같으냐? 그만 헤어지자.” 라고
화끈하게 말이라도 해 보았을 것을.......

하여간
지금이나 예전이나 이 남정네를 좋아하긴 엄청 좋아했나 봅니다. ㅉ ㅉ

훌쩍이며 뒤꽁무니에 매달려 달리다 보니
어느새
포도밭에 도착하였습니다.

그러나
이 남정네는 잘 내렸는데
한 여자가 뒤에서 내리지 못하고 쩔쩔 매고 있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ㅋㅋ
오늘의 퀴즈입니다.

울다가 웃으면 무엇이 어떻게 된다며 야부리님께서 놀려 대셨는데
야부리님이 정답을 아실런지..........
아니면 여러분이 맞춰 보시겠는지요?

‘옛 추억을 회상하며 10회분을 쓰다보니 별스런 짓도 다하는 구나’ 라고
생각하시겠지만
하여간 여러분에 생각의 답을 기다리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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