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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기 이름없는 50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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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방개오빠 작성일 2006-11-14 20:04 댓글 0건 조회 2,02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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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없는 50대!

지천명(地天命)
사람들은 우리를 이렇게 부른다.
하늘과 땅을 호령할 수 있는 세대...
그러나, 누가 뭐래도 우리는 이름 없는 세대였다.

어린 시절, 학교 가는 길모퉁이엔 개울물이 흐르고
강가에서는 미꾸라지, 송사리 떼
검정 고무신으로 퍼 올려 주던 시절을 보냈고...

달이 지나서야 생일날이 지났음을 알았고
소풍가던 날에는 책보 속에 사과 1개, 삶은계란 2개, 개눈깔사탕 몇개...
그 중 반 봉지는 집에서 기다리는 동생을 위해
꼭 남겨 와야 하는 걸 이미 알았던 그 시절...
우리는 이름 없는 세대였다.

일제 식민지 시절을 아파하던 아버님...
보리 고개에 허리띠를 졸라 매던 어머님...
너희처럼 행복한 세대가 없다고
저녁 밥상머리에 빼놓지 않고 얘기 할 때마다...
일찍 태어나 그 시절을 같이 겪지 못한
우리의 부끄러움과 행복 사이에서
말없이 보리밥에 짠지를 얹어 먹으며...

누른 공책에 바둑아 이리와
영희야 이리 오너라 나하고 놀자를
몽땅 연필에 침 묻혀 쓰다가...
등잔불 밑에서 부모님과 같이 잠들던 때에도
우리는 역시 이름 없는 세대였다.

학교 골마루에서 고무공 하나로 30여명이 뛰어놀던
그 시절에도
우리는 이름 없는 세대였다.

검은 교복에 빡빡머리 고등학교 3년간을
지옥문보다 무서운 농교교문에서
매일 규율 부원에게 얻어맞는 친구들을 보며
나의 다행스런 하루를 스스로 대견해 했고
성적이 떨어지면 손바닥을 담임선생님께 맡기고
걸상을 들고 벌서는 일을 당연하게 생각하였으며,

박봉에 이대로는 희망 없다, 비전 없다,
참다못해 차라리 월남 전쟁터를 지원하고,
병신 되고, 죽고, 고엽제에 시달려도,
조국 재건에 발판이 되었다고 자부하던 때,
그 시절에도 우리는 이름 없는 세대였다.


IMF에 제일 먼저 수몰된 힘없는 세대...
오래 전부터 품어온 불길한 예감처럼, 맥없이 무너지는 세대...
벌써 몇몇 친구들은 유명을 달리했다는 소식에
덜컹 내려앉는 가슴을 쓰러 내리며 눈물 훔치는 세대...
이제라도
우리만의 이름 하나쯤 만들어 부르고 싶지 않은가?

어느 날...
늘어난 흰머리를 쓰다듬으며 자신의 삶을 뒤돌아보니,
늙으신 부모님은 이미 세상을 떠나시고
아이들은 성장했지만 제 갈길들 바쁘고
일손 놓기에는 너무 이르고, 도전하기에는 이미 늦은 사람들...

주산의 마지막 세대, 컴맹의 제 1세대...
부모님에게 무조건 순종했던 마지막 세대이자,
부모를 제대로 모시지 못해 처와 부모 사이에서 방황하기도 하고,.
그런 일들을 이제 와서는 미안해하는 세대
이제 우리는 우리를 퇴출 세대라 부른다.

50중간을 건너며
60대는 새로운 다리가 놓이길 기다리는
이 시대의 위태로운 다리 위에서
바둑돌의 사석이 되지 않기 위해 기를 쓰다가

소주 한잔 마시고 집에 오는 늦은 밤
골목길 포장마차에서 팔지 못해 애태우는
어느 부부의 붕어빵을 한 봉지 사들고 와서
식구들 앞에 내 놓았다가 아무도 먹지 않을 때,
밤늦은 책상머리에서 혼자 우물거리며 먹는 우리들...

모든 사람들이 세대 이름을 가지고 있듯이
우리도 우리를 이야기 할 때,
이제야 당당히 우리만의 이름을 가지게 된
“기막힌 세대”
바로 이 땅의 50대들이 아닌가...

고속 성장의 막차에 올라탔다가
이름 모르는 간이역에 버려진 세대
이제 우리가 우리를 퇴출이라고 부르는...
진정 우리는 이렇게 불림을 운명으로 받아들이며...
언젠가는 자연으로 돌아가야만 하는 것일까?

이 땅의 “기막힌 세대” 50대 동기들이여...
스스로 일어날 용기와 희망을 잃지 맙시다...
아직은!
사랑 할 시간이 그래도 조금은 남아있지 않은가!!
무릎고뱅이 힘빠지기전에 사랑하는 마음다스려
가족사랑, 이웃사랑으로 신명나게 살아갑시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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