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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기 떡하나 주면 안잡아 먹지 (유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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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명규 작성일 2012-03-07 18:32 댓글 0건 조회 1,43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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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우리 이야기 가운데 <해와 달이 된 오누이>가 있지요.

할머니의 무릎에서 혹은 엄마가 읽어 준 그림책으로 다들 알고 있으리라

믿습니다만, 다시 한 번 확인해 보자면 줄거리는 대강 이러하지요.


 외딴 두메에서 홀로 어린 오누이를 키우고 사는 여인이 있었습니다.

논밭 한 뙈기도 없는지라 여인은 아랫마을로 품삯 일을 다녔습니다.

그런데 찬바람이 매섭게 부는 어느 늦가을 날이었습니다.

 그런데 여인이 지나가야 하는 고객마루에는 배고픈 호랑이란 놈이

턱 버티고 않아서 여인한테 수작을 거는 것이었습니다.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물론 불쌍한 여인은 떡 하나를 호랑이한테 건네고 몇 걸음을 옮깁니다.

하지만 엉큼한 호랑이는 떡 하나를 받아먹고 돌아서 가는 것이 아닙니다.

떡 하나를 달랑달랑 받아먹고서 졸졸 따라오며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를 연발합니다.


 마침내 여인의 떡 바구니는 바닥이 납니다. 이때 엉큼한 호랑이가

요구한 것은 무엇인지요. 그렇습니다.

이번에는 “팔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라고 합니다.

 그리하여 여인은 두 팔, 두 다리를 잃는 동안 오누이가 기다리고 이는

오두막 앞에 도착합니다. 아니, 호랑이 편에서 본다면 슬기롭게 입맛을

다시면서 오두막을 알아낸 것입니다.


 고갯마루에서 여인을 처음 보았을 때 당장 덮쳐서 한입에 요리할 수도

있었지요. 그러나 그렇게 했다면 떡 바구니를 버렸거나 여인을 놓칠

가능성도 있었지요. 하지만 이 교활한 호랑이는 떡과 여인만

먹는 것이 아니라 오누이까지 잡아 먹을 수 있는 오령을 부린 것입니다.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라는 꾀로 말입니다. 물론 이 이야기는

호랑이가 오누이까지 잡아 먹으려다 수수깡에 똥구멍이 찔려서

죽고 마는 것으로 마무리됩니다.
 

오누이는 무사히 하늘에 올라가 해와 달이 되었구요.

 나는 우리의 이 옛날이야기를 이렇게 해석하려고 합니다.

바로 이 교활한 호랑이는 유혹의 수법인 것입니다.


호랑이가 마음만 먹었다면 고갯마루에서 여인을 덥석 삼킬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여인의 반항을 불러일으켜 필요 없는 힘을

버릴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있는 오두막은 알아낼 수가 없었을 테지요.

그런데 이 호랑이의 영민함을 보세요.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라고 하지 않습니까. 이처럼 악惡 또한

인간의 머리 꼭대기에 있습니다.
 

 송곳이 가는 쪽으로부터 들어가듯 세상 악의 유혹은 이렇듯

‘떡 하나’로부터 시작합니다. 그래서 뇌물이 ‘떡값’이라는 은어로

통용되는지도 모르지요.


 엉큼한 남자가 여자를 유혹하는 수법도 보세요. 처음에는 하찮은

손목 잡기로 시작하지 않습니까. 다음에는 어깨, 가벼운 포옹,

그리고 ‘팔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다리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에

해당하는 유혹을 내가 굳이 여기에 쓰지 않더라도 아시겠지요.
 

 마침내 온몸을 삼키는 그 수법이 호랑이 연기에서 나타나고 있지 않은가요.

본드 흡입이나 마약 역시 ‘한번 해볼까’로 시작하지만 ‘이번 한 번만’으로

발전하여 전체가 구렁텅이에 빠지게 되고 말지 않습니까.


 부디 ‘떡 하나’에 속지 마시기를.

 - 나 내가 잊고 있던 단 한 사람 / 정채봉 선집에서 -

겨울잠에서 깨어난 개구리 입떨어 진다는 경칩이 지나고
시냇물가 버들강아지 손바닦위에 올려서 후불면
꼬리치는 옛추억이 그립군요~~~~ㅎ
쌀한 날씨 항상 건강하세요^^

 박명규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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