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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기 노~란색 투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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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노랑저고리 작성일 2007-03-20 23:12 댓글 0건 조회 1,26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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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를 앞두고 장롱 정리를 하다가  가지런히 놓여있는 상자 하나를 발견하였다
이 상자를 보면 아직도 가슴이 두근거리고  백마 탄 왕자님을 기다리는 20년 전 나로 돌아가곤  한다.
엷은 " 노란색 투피스 "  한 벌
남편을 처음 만나던 날 입은 하~늘 하~늘한 날개 없는(ㅋ) 천사의 옷이다   
그러고 보니 우연찮게도 노란색과 인연이 많은 것 같다.

결혼 전 우리 동네에 남편의 고모님이 살고 계셨다.
우리 엄마와 가까이 왕래 하던 중   
고모님은 고모님의 친정 오빠 아들이 있는데 건설회사에 다니며
부모님은 땅도 많고 부~자 라면서 울 엄마에게 자꾸만  선을 보이자며 바람을 넣으셨다.
“부~자며,  장남이 아니라는 말”에
그만 울 엄마는 시 고모님과 뜻이 맞아 일을 벌이셨다.
그리하여 두 선남선녀는 7월의 뙤약볕 아래 어느 커피숍에서 소위 말하는 맞선을 보게 되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우리 남편은 선을 서른 번도 넘게 봤다나. 어쨌다나…….

남편을 처음 본 순간 곱상한 얼굴에 이지적인 눈빛과 적당한 길이의 차분한 귀 밑 머리,
세련된 말~투 뒷머리 모습 까지 내 맘에 쏙 들었다.
행여 내 마음을 들키지나 않을까  안 그런 척 떨리는 마음을 감추며 애써 웃고 있었다.
남편도 내가 별로는 아니였는지 또 만나자는 말로 다음날을 약속하였다.

그런데... 울 엄마가 어디서 이상한 소리를 듣고  그만  시고모님을 찾아가
“그동안 일은 없었던 걸로 해 주세요”(나중에 오해로 밝혀졌음)

이게 무슨 마른하늘에 날벼락인가???

애타는 이 내 심정은 이루 말 할 수 없지만 엄마의 말을 거역 할 수 없어
그럭저럭 시간만 흘려보냈다.
이렇게 끝나는 것은 아닌가.......
무심한 계절만 두어 번 바뀌는데…….
그러던 어느 날
사무실로 걸려온 전화 속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

“혹시 사귀는 사람 있으세요?”

얼마나 숨죽이며 기다리던 소식 이였든가…….
 난 바로 총알같이 “아직.........”
그리하여 두 사람의 준비된 사랑은 활화산처럼 타오르며 들로 산으로
나 잡아 봐라 로 시작해서 결혼으로 골인을 하였다.
지금도 우리 시어머님 말씀은

“너 그때 조금만 삐딱선 탓으면 니 남편 못 만났다.”~~

시어머님은 당신 아들을 왕처럼 받드는 분이라서 아들이 아직도 최고인줄 아시는가 봅니다. ㅎㅎ
지금도 남편을 보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늘 남편의 눈동자에서 나를 찾으려고 한다.
다시 한 번 들쳐보는 이십 년 전의 노란색 투피스
세월이 흘러 색도 바래고  싸이즈도 맞지 않지만
아직도 보물처럼 소중히 간직하고 있고,
앞으로도 쭈~욱~  함께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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