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로 세종대왕
바람소리/김윤기
친구!
우
린
궁둥이 빨간 원숭이 꼬리를 잡고 늘어지다
제풀에 손 놓고 인간사 거리에서 밀려난 이방인
오래전에 종로에서 무교동에서
혼란스런 그 흔한 행렬에서
추방 당함으로 자유를 얻은 보헤미안이지
현란한 네온사인과 요염한 미혹이 눈물처럼 철철 넘쳐 흐르던
명동의 거리
함박눈 펄펄 꼬리를 치던 무교동의 크리스마스 이브
절반쯤 죽음으로 침몰한 삶이
한 잔의 술기운에 기적처럼 일어서던 농익은 입김은
가로등 불빛에 버무려진 창마다 말갛게 매달려
흠뻑 젖은 채 흐르던 도심의 겨울밤
한 때 흥청대던 젊음.
그래, 마른 침도 샘 솟게 하던 사랑의 언약
그 모든 것들이 난무하던 세월도 잊혀진 계절처럼 떠나고 말았네
고등어 등짝처럼 검푸른 빛과 새콤한 사랑의 미열은
아직도 입안 가득 고이는데
낡은 세월을 붙들고 사는 우리들의 거리
못 견딜 만큼 황당한 좌절,
맹물만 마셔도 목구멍 따가운 적막
어쩌리
많은 걸 잃었고 버렸고 씹어 삼키고 비웠다 싶은데
내 몸 천근 같은 오늘
세종로 세종대왕은
여
전
히
웃고만 계셨네
가볍게 가볍게
12월 중순을 넘어 낙낙하던 국화
몰아치는 한파에 그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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