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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장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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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규전50 작성일 2023-08-30 07:03 댓글 3건 조회 51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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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장증 (2).jpg

 

 

 

훈장 받았습니다.

 

 

옛말에 이런 말 있지요.

수캐 뭣 자랑하듯이 한다.”라는 표현은 많이 들어 봤을 것이다.

우리 선조들의 표현방법이 얼마나 리얼하고 재미있었던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라 본다.

자랑은 하긴 하는데 어떤 자랑거리를 가지고 어떻게 하느냐에 수캐가 뭣 자랑하듯 

하는 표현이 나오게 되는 것이다.

자랑할 걸 가지고 자랑해야 자랑의 가치가 나올 수 있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공직에 오래있다보면 근정훈장(勤政勳章)이라는 것을 주는 모양이다.

그 취지는 이렇다.

직무에 힘써 공적이 뚜렷한 공무원에게 주는 훈장으로 청조(靑條황조(黃條)· 

홍조(紅條녹조(綠條옥조(玉條)5등급이 있음

여기에 뚜렷한 공적이라는 것을 어떻게 매기냐가 중요한 관건이 된다.

훈격의 5단계에서 청조훈장은 대학총장급에서 받아가는 훈장이고 나머지는 일반

 공무원에게 근속연수에 따라 차등으로 지급하게 된다.

 

공무원 생활을 오래 한 사람에게 격려차원에서 주는 당근 같은 의미도 겯들여 있는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결국은 인내심이 강한 자가 받을 수 있는 훈장이라 보면 되지 않을까 싶다.

취지에서는 공적 이야기가 언급되었는데 공무원의 공적이라야 자신이 맡은바 

직분을 제대로 한 것이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라 본다.

공무원이 연예인처럼 많은 사람에게 노래나 춤으로 감동을 주는 직업도 아니고

창의적인 마인드로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가는 직종도 아니라 본다.

있는 그대로 적시한다면 위에서 시키면 시키는대로 하면 되는 것이 공무원 사회의

 행태라 보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래도 오랫동안 말 잘 듣고, 고분고분 공직생활을 하고, 뇌물 안 먹고, 사건 

사고에 휩싸이지 않으면 받을 수 있는 대상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간다.

그걸 받기 위하여 공무원을 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하다보면 연식이 차고 그 

연식이 30년을 넘으면 훈장을 받을 수 있는 대열로 올라가게 된다.

 

그런 훈장을 받으러 가는 날이 어제였다.

저는 교육계에 있었음으로 당연히 강원도교육청으로 받으러 갔다.

별로 탐탁하지는 않지만 마지막으로 춘천 출장을 간다는 생각으로 신청했는데

 당첨이 되었다.

덕분에 교직에 마무리 출장을 춘천으로 가게 되었다.

많은 출장을 다녔지만 이런 심정으로 가는 출장은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것 같다.

 

끝나면서 받는 훈장, 끝나기 직전에 가는 출장 같이 마무리의 과정에서 일어나는

 일년의 일들은 사람의 마음을 붕 뜨게 만든다.

평상시라면 별 것도 아닌 것 같은데 마지막이라는 타이틀이 걸려 있는 일들에

 대해서는 각별한 의미를 부여하게 된다.

부여하는게 아니라 부여 받는 느낌이 훨씬 더 강하게 다가온다.

 

주변머리 없음과 인내심의 강함이 합작되어 정년을 맞이하고 그 덕분에 훈장을

 하나 받게 되었다.

뚜렷한 공적이 있어서도 아니고, 창의적으로 아이들 교육에 정진했다고 주는 

것도 아닌 오랫동안 근무했다고 주는 것인만큼 그 훈장안에 있는 의미는 무사고와 

인내의 결과물이라 했을 때 그 의미의 크기를 가름할 수 있을 것이다.

 

아침 일찍 첫 춘천행 버스인 710분차에 몸을 실었다.

강릉을 떠날 땐 날씨가 괜찮았는데 홍천에 가니까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였다.

많은 비는 아닌데 우산을 쓰기도 그렇다고 안쓰기도 그런 날씨가 진행된다.

간 김에 춘천 터미널 근처에 있는 교직원공제회관에 들러 볼일을 보고

 도교육청으로 향했다.

택시를 이용하여 도 교육청 댓돌 근처까지 가서 내렸다.

 

좀 일찍 간 터인데도 불구하고 예전에 교단에서 함께 했던 분들이 보이길

 시작하였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교육청으로 들어가려는데 입구에서 출입기계가 

차단을 하였다.

관련된 직원이 오더니까 퇴임식에 오셨냐고 물어 보더니 군소리 없이 열어 

주었다.

6층 대강당에서 훈장을 받는 사람들을 위하여 자리표까지 써 붙혀 놓았다.

나는 그런 훈장쪼가리 받는 것에 대하여 썩 달가와 하지 않는 터인데 공문에

 정장차림으로 오라고 명시되어 있어서 살짝 열을 받았다.

내 자신과 적절히 타협을 본 것은 넥타이를 안매는 정장차림이었다.

 

1030분부터 도교육청 과장급 이상의 인사들의 인사에 이어 국민의례를 마치고 

이내 훈장증 수여식이 있었다.

한번에 7명씩 훈장증을 읽어주고 목거리 훈장과 가슴에 패용하는 훈장을 교육감이

 직접 달아주고 걸어 주는 식으로 운영하고 있었다.

나는 첫 번째 줄에 있었기에 맨 먼저 올라가는 팀에 5번째 주자로 배정받았다.

내 차례가 되어 교육감과 인사를 하고 훈장 걸고 패용하는 의식을 한 뒤 서로가

 간단하게 인사말을 나눈 후 악수를 하는 식이었다.

40명 정도 하는데 40분 정도 걸린 것 같았다.

 

수여과정이 끝나고 이어서 교육감의 인사말씀이 있었다.

그야말로 상투적인 표현으로 강원교육을 위하여 30-40년 고생한 노고를 치하한다는

 이야기부터 시작하여 자신도 7년전에 여기서 이런 훈장을 받았노라고 회고의 말씀도 하셨다.

단상위에서 단체사진 찍은 것을 끝으로 공식적인 행사는 종료되었다.

 

결국은 나에게는 교직에서 마지막 출장이 된 셈이다.

원래는 훈장증 수여식에 참석을 하지 않으려 했는데 그렇게 되면 이걸 찾으러

 지역교육청으로 또 가야하기에 어차피 움직이는 것이라면 이때 움직이자고 한

 것이다.

덕분에 춘천 구경도 한 번 하고 같이 퇴임하는 사람들과 상면하는 시간도 가질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이것 또한 지나고 나면 추억의 한 장면으로 남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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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채정43님의 댓글

김채정43 작성일

축하 합니다.
평생을 후학에게 쏟은 열정에 대한것으로 치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언제 시간 되면 퇴임 기념주라도 한잔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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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담(43)님의 댓글

최담(43) 작성일

평생을 바친 직을 무사히 마친 것을 축하하오.
힘들고 어려운 길이였으나 보람도 함께 했으리라 믿소.
수고 많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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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웅길님의 댓글

최웅길 작성일

조규전 교장선생님!
먼저 정년퇴임을 祝賀합니다.
강릉중학교 관리자로 근무하신다는 이야기를
귀 동냥으로 들었는데 벌써 그렇게 되었군요
님께서도 세월을 붙잡지못하였으니 달려온시간이
불교에서말하는 永劫이라면 달려갈 시간이 瞬間이되었구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