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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그대들이 있어 나는 참으로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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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불량마눌 작성일 2006-03-07 14:14 댓글 0건 조회 1,98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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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신분의 허락도 없이 47기 게시판에서 퍼옴겼습니다.
짧은 글은 아닙니다. 하오나 인정넘치는 진한 감동이 있습니다. - 퍼옴긴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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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sc07372.jpg
* 사진제공 - 김채정 클럽장

*** 소중한 그대들이 있어 나는 참으로 행복합니다...****

"여보! 좀 괜찮은지.빨리 나아서 함께 가야 할텐데.
자기네 때문에 모처럼 토요일을 휴무로 했는데...우~이~쒸"
종규씨 마눌이 불량마눌에게 남긴 핸드폰 문자 메시지의 문맥이다.

매주 주말만 되면 친구들과 함께 하려는 몇몇의 동기들이(특히 창식씨의 휴일 공포증)
모처럼 주중 휴일인 3월1일에 산행을 하려 하였으나
종규씨의 No휴무(생계유지 지장)땜시 계획이 무산 되고 말았다.
그러나 그것은 그저 우리의 생각이였지만
알고보니 토,일요일 모종의 계획을 위해서 3월1일 공휴일에 대체근무를 하였던 것이다.

계획인즉
종규씨 마눌과 창식씨 마눌이 이 친구의 마음을 미리 헤아려
3월4일 토요일을 두 남푠들과 상의 끝에 휴무로 정해 놓고
1박2일의 여행 계획을 준비하여 더욱 더 가슴을 찡하게 하였다.

3월4일 토요일 새벽 강원도로 출발하여 그동안 먹고 싶었던 해산물을 마음껏 먹고
다음날 (3월5일 일요일)새벽에 해돋이를 보고 소원을 빌며
태백산 정상에 올라가 깊은 시름 덜어 놓고 새로운 출발을
다함께 다짐해 보자는 종규씨 내외 창식씨 내외의 깜찍스런 발상이었다.

당사자의 허락 없이 남의 집안의 가슴아픈 사연을 들춰내어서 미안하지만
사람들이 사는 과정이 거기서 거기인듯 싶어 그 친구 마음만 믿고 적어 보니
그대의 넓은 아량으로 이해하여 주시기를....

해를 거슬러 올라가 7~8년전 종규씨의 사업이 흔들려 집안 구석마다
빨간 압류 딱지가 붙여지고 아이들은(그당시 어림) 뭇사람들의 행동에 놀라
울음바다가 되어 버렸단다.
지금도 그 현장이 생생하여 현재 어엿한 대학생이 되어 있는 자식들을 보고 있노라면
그때의 그 절박했던 자신들의 모습이 연상되어
지금 어려움에 처해 있는 친구 불량주부의 모습이 남의 일 같이 생각되지 않는단다.
그 당시 극단적인 생각에 고향을 갔다가 둘이 태백산을 찾게 되었고 허리에 차는 눈길에도
등산장비 없이 운동화를 신고 눈을 헤치며 정상에 올라
불심이 깊은 두 사람은 절박한 심정으로 기도하였단다.
그 정성이 하늘에 닿았는지 아니면 그들의 각오가 남달랐는지 잘 모르겠지만
그때 그이후로 그래도 이만큼 다시 일구어 놓았노라며
지난날의 어려웠던 이야기를 서슴없이 들려 주었다.
더불어 당신들도 우리와 같은 기회가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라며
우리 내외를 태백산으로 인도 하였다.

사람사는 일들이 어찌 우리들만 우여곡절이 있겠는가
모든 집안 구석구석을 들여다 보면 나름대로의 사연이 있는 것을.....
그러나
그 친구들은 과거의 모습이었고 우리네 모습이 현실이기에 친구를 위해
기꺼이 지팡이 역할을 하였던 것이다.
창식씨 내외야말로 표현을 할수 없는 지난날의 아픔이 있었기에
기꺼이 동참을 해 주었고
두 친구 내외가 모든 준비를 해놓고 우리는 그저 몸만 오라고 그렇게 당부를 거듭하였다.

그러나
신경을 많이 쓴 탓인지 내 몸이 나날이 쇠약해져 갔다.
지난번 번개산행 스키장에서는 불량주부의 몸 상태가 많이 나빴고
이번 친구들의 우정어린 계획에는 불량마눌의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
만병의 근원이 스트레스라고 하더니.....
건강마저 따라 주지 않아 친구의 마음에 근심에 근심을 가중시켜주는
내 자신이 무척이나 밉고 야속스러웠다.
남편의 앞날을 위해 내 자신이 도움이 되어야 하는데
몸이 따라주지 않으니 그저 야속함에 눈물이 앞을 가렸다.

3월4일 토요일 새벽
잠들어 있는 불량주부의 얼굴을 들여다 보니 무척이나 핼쓱해 보였다.
만감이 교차하는 순간 꿈속에서 헤메는 안타까운 불량주부의 잠꼬대를 들었다.
"일어 나봐요! 일어 나요!"
순간 반사적으로 깨워 놓고 나도 모르게
"우리 같이 갑시다.친구들이 그렇게 용기를 주는데 죽더라도 거기가서 죽을께요."라고
이야기 하였다.
마눌 건강이 허락지 않아 포기하고 있었던 불량주부는 갑작스런 마눌의 말이
믿기지 않는 듯 눈을 비비며 괜찮겠느냐고 반문하였다.
건강이 따라주지 않는 내 자신이 모든 사람을 힘들게 하는구나 하는 자책감에
그저 미안할 따름이었다.
두 친구내외에게 따라가겠다고 전화를 하였더니
고맙다며 오히려 그 친구들이 몇번이나 인사를 하였다.

그렇게 어려운 결정에 영철씨까지 합세하여 먼 길을 떠나게 되었고
첫날부터 계획대로 주문진항에서 갖은 해산물을 구입하여
강릉의 굿풀님께서 잡아 주신 효산콘도에서 만찬의 행복을 누렸다.
그날도 산행을 하시고 피곤 하실텐데 피곤함도 잊은채
굿풀 내외님이 꽃과 꽃병까지 챙겨 오셨고
친구들 굶을까 염려되어 쌀과 후식으로 오렌지까정들고
콘도를 방문해 주셔서 기쁨이 배가 되었다.
정말 그 순간만은 모든 병마가 사라질것 같은 기쁨에
올 한해동안 웃을 웃음을 방이 떠나가도록 웃고 또 웃었다

새해 첫날 해돋이를 못본 우리는 구름속에 가리워져 간신히 움트리워진 얄궂은 햇님도
그날 맞이 할 수 있었고
굿풀님의 안내에 따라 강릉 Key-K 산행에 합류하게 되었다.
태백산 입구부터 차오르는 숨때문에 몇번이나 포기하겠다고 먼저 올라 가시라고 해도
괜찮다며 끝까지 남아 손잡아 이끌어 주신 48기 심기호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힘을 내어 올라 오는중에 힘들어 하는 나의 모습이 안쓰러우셨던지
"운동은 너무 무리하면 오히려 해가 된다며 천천히 올라오라" 염려해주시던
37기 김 윤기 선배님께 감사의 말씀과 아울러 항상 깊은 정을 느낍니다.

"당신 여기서 포기하면 택배로 부칠꺼야"하고 어름장을 놓은 우정어린 친구들
두시간 정도의 시차가 있음에도 말없이 묵묵히 기다려 주신 김학래 전교장 선생님 내외분및
Key-K 산악회 여러분께 송구스러운 마음과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얼굴이 새하얗게 변하고 차오르는 숨 때문에 토하며,힘에 겨워 포기하겠다고 울면서도
정상에서 기도하면 친구 말대로 모든 것이 이루어 질것만 같은
얄팍한 심정에 포기할수가 없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정상에 올라 간절한 기도를 올렸다.
"건강하여 이웃을 돌보며 살수 있게 해 달라고...."

이렇게 힘들고 어려운 꿈같은 산행을 마치고 돌아 오는 차안에서 곰곰히 생각해 보니
결국 친구는 정상에서의 소원성취의 기도보다
"하면 된다."라는 끈기와 인내를 가르쳐 준 것이었다는 것을 깨닳게 되었다.
그리고
산에 오르며 (세상사는 이치도 마찬가지) 힘에 겨워 넘어지고 포기하려할때
늘 내곁에 아름다운 이웃이 있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하였다.
우리 내외만 산에 올랐다면 벌써 포기했을 것이고
친구들과 함께 했더라도 결국 친구가 안쓰러워 자신들 마저 포기했을 것이다.
그래서 세상은
"더불어,같이,함께"라 하였는가 보다.

이런 산행이 오늘 뿐만이 아니었지만
요즈음 건강이 악화되어 이번 산행은 너무 힘에 겨운 산행이였다.
하지만 우리 내외가 살아가면서 이번 같은 산행은 정말 잊지못할 추억일것 같다.
"앞에서 끌어 주고 뒤에서 밀어 주면 꼭 성공하리라".....
등산화 끈이 풀어 지면 몇번이고 다시 묶어주고
숨이 차서 새하얗게 질리면 같이 호흡해 주고
걷다가 넘어 지면 같이 쉬어 갈수 있어 나는 참으로 행복하다.
"나 오늘 끼니가 없어 밥을 굶는다해도 아름다운 이웃과 내일이라는 희망의 단어가
기다리고 있어 참으로 행복하다."

살면서 인간 본연의 간사한 마음이 찾아 올때 다시 한번 생각해 볼것이다.
살면서 살면서
당신들께 받았던 이 행복 다시 이웃에게 돌려 주겠습니다.
당신들이 함께 했기에 정말 잊을 수 없는 아름다운 산행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모두 건강하십시요.........

소중한 그대들이 있어 행복한 불량마눌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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