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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길을 묻다 99 ㅡ ‘파리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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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에이포 작성일 2018-07-02 10:28 댓글 2건 조회 57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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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역에서 파리행 유라시아 대륙횡단열차를 타게 된 것은 큰 행운이었다. 워낙 많은 사람들이 이 열차를 타기위해 수년 전부터 예약을 했기 때문이다  

나는 이 티켓을 구입하기 위해 파리로가는 비행기표 보다 비싼 왕복 160만원이나 여행사에 지불해야 했다. 이렇게 손에 쥔 티켓으로 탄 부산발 ITX는 오후 2시에 강릉역을 출발했다. 그리고 원산과 나진, 하바롭스크와 이르크추크, 모스코바를 거쳐 9일 후인 20251022일 파리에 도착을 하게 될 것이다.

동해안을 따라 1시간 30분 후인 330분에 원산에 도착한 동해선 열차는 서울에서 출발을 한 경원선 KTX와 합류했다. 원산에서는 열차의 몸체를 표준궤에서 광궤로 옮기느라 다소 시간을 소요해야 했다. 그런 다음에야 비로소 열차는 제 모양을 찾은 양 하바롭스크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한다 

부산에서 원산까지는 시속 110km, 원산에서부터 하바롭스크까지는 절반 수준을 약간 넘는 시속 70km로 줄어든다. 하지만 여행객들에게는 오히려 주변 풍광을 바라볼 수 있는 여유와 즐거움을 준다.  

나진을 향해 출발한 열차는 타임머신을 타고 20여 년 전쯤으로 돌아가 통일호를 추억하게 한다. 흔들거리고 덜컹거리는 소리가 20여년 전 서울과 춘천을 오갔던 통일호와 매우 흡사했기 때문이다  

달리는 기차안은 폐쇄된 공간이기도 하고 열린 공간이기도 하다. 나진에서는 수소자동차 엑스포에 참가하기 위해 모스코바로 가는 북한 무역상 동포 김씨 일행을 만났다. 그들 일행은 우리가 남한에서 출발한 관광객임을 한눈에 알아보고 투박하지만 정겨운 인사를 건넨다.  

남강원도에서 오시누만요. 반갑습네다

통성명을 한 우리는 열차에서 파는 맥도널드햄버거와 대동강맥주를 먹고 마시고 셀카도 찍으면서 오랜만에 진한 동포애도 나뉴었다. 남과 북의 기찻길이 연결된 지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그들은 생각했던 것보다도 우리를 대하는 태도가 스스럼이 없다.
 
  
강릉에서 파리까지 약 12km, 담소를 나누는 사이 열차는 울란우데를 막 지나 러시아 미녀들 같은 눈부신 자작나무의 희디 흰 나신들이 차창을 스쳐가기 시작한다.

나는 노보시비르스크에서 다시 소식을 전할 것이다.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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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규전님의 댓글

조규전 작성일

그럴 날이 현실화 되길 간절히 기원합니다.
우리가 앞으로 살 길은 북한과 가까이 지내면서 그들과 경제적인 이익을 함께 추구하는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서로가 으르렁거리면서 싸울 힘의 1/3만 평화롭게 지내는데 투자한다면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좋은 결과도 얻을 수 있으리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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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포님의 댓글

에이포 작성일

동감입니다.
이 강토에 살아가는 그 누구도 다시는 전쟁으로 인한 불행을 겪어서는 안됩니다.
1%의 가능성만 있더라도 우리는 결코 평화적 통일을 포기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한민족은 세계에서 가장 지혜롭고 우수한 민족입니다.
(이 대목에서 현역 꼴통 구태 정치인들은 제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