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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전에는 나도 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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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규전 작성일 2018-04-11 18:29 댓글 0건 조회 50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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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년 전에는 나도 총각이었다.


   세월이 나를 기다려주지 않는 다는 것을 최근에 와서 더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시간은 공기나 물과 같아서 맘껏 써도 닳아 없어지지 않는 것으로 생각하고 살아왔는데 지금 와 나의 족적을 뒤돌아 보니 그게 아니었다는 것이 확실하게 인식되고 있다. 함부로 써서는 안 되는 귀중한 자산이라는 것을 이제서야 제대로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앞만 보고 달릴 때에는 몰랐으나 이제 뒤돌아 볼 여유가 생기면서 예전에 보이지 않았던 것도 서서히 보이기 시작한다는 것이다시간의 흐름을 모아 놓은 것이 세월이고 이 세월이 쌓여서 한 인간의 인생이 되는 만큼 이보다 더 중요한 가치를 가지는 것이 이 세상에 무었이 있겠는가?

 

   이런 싯귀가 생각난다.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처럼 신나게 시간을 까먹고 살아갈 때에는 시간의 귀중함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는데 인생의 하산길로 들어가고 보니 예전에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속속 보이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과거에 보지 못했던 많은 것들이 하나같이 소중하고 귀하였었는데 왜 지금에 와서야 제대로 보이냐는 것이다. 진작 보였으면 그 일부터 먼저 처리해도 인생이 늦지 않았을텐데 하는 생각이 앞설 뿐이다.

 

   그렇다면 왜 나이를 먹어야 보이는 것들이 더 많아지는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리라 본다.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존재가치를 높이기 위하여 어릴 때부터 무던히도 노력을 한다고 본다. 어떤 사람을 부를 통하여 또 어떤 사람은 권력을 통하여 또 어떤 사람은 명예를 통하여 이를 추구하려고 할 것이다. 실제적으로 이런 야망이 없다면 짐승처럼 먹고 마시고 즐기다가 생을 종치면 간단히 끝날 문제인데 많은 사람들은 그보다 인간이 가지는 고차원적 매력으로 자신의 인생 핸들을 튼다는 것이다.

 

   우리의 삶에 족적을 살펴보면 대다수의 사람들은 만족보다 후회쪽으로 많이 선회하리라 본다. 지나간 날에 결정적인 순간에 판단이 흐리멍텅하여 나중의 인생스텝이 꼬인 경우가 많이 있으리라 본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지만 거기에 대한 회한은 끊임없이 남아서 우리의 머리를 혼란스럽게 할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을 것이다. 엎질러 진 물은 엎질러진 대로 처리하고 다음에 더 맑고 깨끗한 물로 채울 생각을 하는 것이 훨씬 더 현명한 방법이나 많은 인간들은 그런 형태의 처리법에 익숙치 않은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인간은 미래보다 과거에 더 집착하는가에 대해서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미래는 미지의 세계임으로 현실화를 시키기가 좀 어려운 추상적인 시간대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과거는 우리가 직접 경험한 스토리가 뇌리에 남아있는 것인 만큼 당시에 어떤 일을 어떻게 했느냐에 따라 현재와 미래가 결정된다고 생각함으로 더 강하게 우리의 뇌를 자극하는지도 모른다. 실제로 과거의 행적이 신통치 않아 현실의 세계에서 고생을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대다수의 사람들은 지난날 자신의 족적에 대해서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판단하고 액션을 취했는데 그 결과가 신통치 않게 나온 것이 부지기수일 것이다. 내가 선택하고 판단하고 행동으로 옮긴 것이 기어의 톱니바퀴 마냥 정교하게 이어진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만은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다 잘되는 것 같은데 유독 나의 인생은 왜 이리 망쪼가 드는 것인가에 대해서 한탄을 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이다. 물론 우리 자신들의 인생 목표점이 높아서 그런 경우도 있을 것이고 비교의 대상을 너무 높은 쪽으로 잡아서 상대적으로 자신이 초라하게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아무리 내 인생이 초라해도 내 인생만큼 귀한 것은 없으리라 본다. 남들이 하지 못했던 일들을 자신이 한 경우도 많이 있을 것이다. 결혼을 한 경우, 수 많은 사람을 마다하고 내 배우자를 얻었다고 생각하면 그 또한 대단한 사람이 아니겠는가?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아가씨를 내 배우자로 만들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경이로운 일이 될 수 도 있을 것이다. 어찌 그 뿐이겠는가? 우리 자신은 남들이 하지 않았거나 못했던 일들을 내 자신이 엄청나게 많이 하고 살아왔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는지? 그 자체에 대하여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는데 인색하지는 않았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으리라 본다.

 

   나이를 먹으면서 과거에 대한 푸념이 강하게 나오는 것은 아직까지 힘이 남아 있다는 반증일는지도 모른다. 그런 푸념을 가진다면 오늘 이 순간에 업을 어떻게 쌓아야지만 내일에 가서 뒤돌아 본 오늘이 헛되지 않도록 잘 관리해야 할 것이다. 어차피 오늘에 쌓은 업이 내일에 추억으로 남을테니까 오늘 만큼 중요한 날은 없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금싸라기처럼 중요한 오늘을 간과하고 더 멋있는 내일만 바라보고 살아간다는 것이다. 실제로 내일이라고 별난 수가 있는 날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오늘이 지나가면 더 나은 내일이 있을 것이라 철썩처럼 믿고 살아간다는 것이다. 인간이 살아갈 수 있는 원초적인 동력이 여기에서 나온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내일이 티미하다고 생각되면 삶의 애착이 그만큼 떨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도 과거를 돌아보면 구질구질 한 순간도 많았지만 행복했던 순간들도 간혹 떠 오른다는 것이다. 행복의 척도는 사람마다 다 다르겠지만 자신의 행복 가늠의 잣대가 어떻냐에 따라 향방이 달라지리라 본다. 반 잔 정도 남은 귀한 술을 바라보는 시각에서 어떤 사람은 아직까지 반잔이 남았음을 인식하는 반면 또 어떤 사람은 반잔 밖에 안 남았다고 바라보는 사람도 있다는 것이다. 보여지는 현상, 우리가 경험한 모든 것을 어떤 관점과 시각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판단이 확연하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참 지나간 일이지만 필자에게도 총각시절이 있었다. 그 시절에 추억이 이제는 가물가물 할 정도로 많은 시간이 흘러갔다. 그냥 그런 시절이 있었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당시에 어떤 추억이 있었느냐가 더 중요할 수 도 있을 것이다. 총각시절을 어떻게 보냈냐에 따라 결혼 후 생활에도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 와서 총각시절을 뒤돌아 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만은 그 또한 과거의 한 페이지임으로 일말의 회한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되돌릴 수 없는 일을 가지고 마음속에 담아 둔다는 것은 정신건강에 별로 좋은 일은 아니겠지만 그런 일을 죄다 지우고 살아갈 수 없는 것도 현실이라 본다. 아름답던 아름답지 않던 간에 지나간 것은 모두 추억의 한 페이지로 남는 것이 평범하게 살아가는 우리네 인생사가 아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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