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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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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규전 작성일 2018-07-29 07:42 댓글 0건 조회 48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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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맛


혼자 점심을 먹고 있다
.

날씨가 얼마나 더운지 밥 맛도 제대로 느끼지 못할 정도인데 게다가 혼자 밥을 먹자니 2중의 고충이 사람을 힘들게 한다.

밥상의 커버가 유리로 되어 있는 터에 밥 그릇을 조금 밀치면 내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볼 수 있는 구조로 되어있다.

마음이 일그러져서 그런지 밥상 유리판 위에 비쳐진 나의 몰골이 그렇게 밝은 편은 아닌 것 같다.

그러면서 이런 생각이 들어간다.

뜬금없이 인간은 무엇으로 평가를 받는가?

내 모습만 보고 타인이 나를 평가해 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

 

지금 이 순간에 멋있는 장소에서 멋있는 사람과 같이 식사를 한다고 생각해 보자.

일단 분위기 상으로는 그럴싸 하면서 자신의 존재가치가 조금은 표출되리라 본다.

과연 멋있는 밥상이 나의 가치를 올려줄 것인가에 대해서 그렇다라고 이야기하기에는 한계가 있으리라 본다.

하지만 혼밥족보다는 조금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간다.

 

날씨가 더워서 그런지 밥맛도 지쳐있다.

안 먹으면 기력이 떨어질 것이고 기력이 떨어지면 건강을 망칠 것 같아서 숟가락을 아니 들 수 없는 상황으로 내쳐저 있다.

밥은 아침에 볶아 놓았던 것을 냉장고에 넣어 놓았다가 다시 꺼내서 먹고 있다.

아침에는 따끈따끈하여서 온정을 느낄 수 있었는데 냉장고에서 꺼낸 식은 볶은밥에서 색다른 느낌은 들어간다.

일단 밥 먹는데 노력이 덜 들어간다는 것이다.

반찬도 노각김치 하나만 달랑 꺼내 놓았다.

물론 냉장고에는 너저분한(?) 반찬들이 꽉꽉 차 있다.

A타입, B타입, C타입의 김치부터 시작하여 말라 비틀어진 멸치 대가리까지 다양하게 들어가 있다.

먹지도 않을 것을 다 꺼내 놓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내 맘에 드는 반찬 하나만 있으면 족하다는 생각이 들어간다고 늘 생각해 왔다.

단 무기질의 흡수를 위하여 과일은 조금 준비해 놓았다.

이 무더위를 견딜 정도로 식사를 해야 한다는 관념에는 변함이 없다고 보면 된다.

 

모든 것을 세상 탓으로 돌리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안되면 조상 탓이라고, 이제는 조상보다 세상을 탓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진 것 같다.

조상 탓 보다는 종교 탓을 해야 하는 세상이 아닐까 싶다.

예전에는 조상신을 믿었으니까 조상 탓을 맘대로 해도 되지만 요즘에는 많은 사람들이 종교를 가지고 있으니까 그 종교 탓을 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종교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자신의 종교애가 너무 커서 그런지 종교탓을 하는 사람은 별로 보지 못했다.

단 남의 종교에 대해서는 열을 올리면서 탓을 하는 사람을 본 적은 있다.

 

남 탓을 한다는 것은 현재 자신이 하는 일이 뜻대로 안 된다는 데서 출발이 되는 것이다.

하는 일 마다 척척 잘 될 것 같으면 굳이 남의 탓을 할 이유도 필요도 없을 것이다.

우리가 살아보면 알겠지만 하고자 하는 일의 90% 정도는 나의 의지와 관계없이 잘 안 되는 경우가 더 많으리라 본다.

잘 안 되는 경우 자기합리화를 시켜야 하는데 그 대상이 마땅치 않은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전에 모 종교에서 내 탓이오.”라는 슬로건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주었던 기억이 난다.

지극히 맞는 말이다.

안 돼도 내 탓, 잘 돼도 내 탓인 것이다.

자기가 떠벌린 일에 대한 평가는 남이 해 주는 것이 아니라 일단은 내가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남의 탓으로 돌리기 바쁜 것이 현실인 것이다.

헤서 자기합리화도 적당히 하면 정신건강에 도움을 줄 수 도 있는 것이 현실이 아닐까 생각된다.

 

하지만 모든 것을 남의 탓으로 돌릴 정도가 된다면 자신에 대한 존재감의 떨어짐도 적지 않으리라 본다.

세상에 보는 눈이 너무 많다보니 사람 간에 평가에 대한 노이로제에 걸려있는지도 모른다.

내가 하는 일거수일투족이 타인의 눈에 어떻게 비쳐 질 것인가에 대하여 고민하는 것이 현대인인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내 멋대로 살아갈 수 도 없는게 이 세상이 아닌가?

남과 내가 적절한 균형을 가지고 공존하는 세계를 만들어야 하는데 세상의 축은 내 자신에게 불리한 것으로 생각하고 살아가는 경우가 더 많다는 것이다.

남들은 죄다 잘되는 것 같은데 내가 하는 일의 대부분은 신통치 않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옛말에 남의 떡이 커 보인다.”라는 말이 있다.

이 말에 공감을 하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으리라 본다.

많은 사람들이 그런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바람에 자신에 인생이 초라하게 보이게 되는 것이다.

그게 싫다는 것이다.

그것을 벗어나기 위하여 우리는 바둥바둥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남보다 나아야 하고, 남에게 칭송을 받아야 하며, 남과 차별화 된 삶을 살아가고픈 것은 인간의 기본적인 욕망인지도 모른다.

 

더위가 더 기승을 부리고 있다.

여름은 당연히 더운 것이 기본이지만 지난 시절에 여름보다 훨씬 더 덥고, 그 기간도 길어짐에 따라 적응하기가 어려워지는 것 같다.

주변에 분주한 일들이 더 짜증으로 다가온다.

많은 사람들 입에서 튀어나오는 이야기가 못살겠다는 말 밖에 없는 것 같다.

맞는 말이다.

 덥다는 이유만으로 죽을 수는 없는 일이고 보면 이 어려운 형국을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뾰족한 답은 없을 것 같다.

참고 견디는 수 밖에....

그러다 보면 어느새 가을은 우리의 곁에 살며시 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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