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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포(石浦) 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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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석연2 작성일 2019-11-17 13:19 댓글 1건 조회 549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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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포(石浦) 나들이

 

석포엘 한번 가봐야겠다고 작심한건 군대 제대하고 부터였으니 근 40여년이나 되었다.

군생활할 때 같은 부대에 나보다 3개월 후임이 석포에 산다고 했고 난 석포와 지근거리인

강원도 태백 동점에서 일을 해본 경험이 있다고 하여 우린 제법 죽이 맞아 살아온 얘기며

제대후엔 무얼 할 것인지 막걸리 사발을 앞에 놓고 긴 얘기에 몰두 한적도 있었다.

제대할땐 얼굴 잊어 먹지 말라며 송아지 옆에서 찍은 사진 한 장을 던져 주었는데 20대의 모습을

60이 넘도록 찾아보지도 않았으니 그 얼굴 그대로 있지는 않을터, 동안(童顔)은 아니더라도

옛 모습에서 조금만 변모했으면 하는 심정은 나 혼자의 욕심이리라.

그 석포에 가 보기로 마음 먹은게 이번달 10일이고 바로 실천에 들어갔다.

 

석포로 가는길은 태백을 지나서 가는 길과 삼척 호산에서 올라가는 길이 있으나 호산을 경유해서

가곡을 거쳐 가기로 마음을 굳히고 출발했다.

가는 길에 덕풍계곡이 좌측에 깊은 골짜기로 이루어져 있어 잠시 들렀더니

말로만 듣던 덕풍의 산세에 그저 감탄만 연발하고 나왔다.

골짜기 끝엔 응봉산이 솟아 있고 그 영봉을 넘으면 바로 덕구온천이라고 하니 여기가 어디쯤인지

겨우 감이 잡힌다.

덕풍을 돌아 나와 좌측으로 들어서니 꼬불꼬불한 길에 등판각도가 심해서 겨울철 눈길엔 다니지

못할 듯 싶은 산길이 나왔다. 이곳에서 17Km 더 가면 석포가 나온다고 이정표가 알려준다.

석개령(石開嶺), 이 고개가 바로 석개재란다. 고개 정상부에서 바라본 북쪽은 태백산의 준령들로

모든 봉우리들이 발 아래로 보이니 이곳의 높이가 얼마나 되는지 바로 가늠이 된다.

 

동화속의 외딴 마을이 보인다.

석포제련소에서 뿜어 나오는 하얀 연기가 사람이 사는 듯 반갑기 그지없다.

조그마한 마을엔 사원 아파트가 서너동 지어졌고 공장주변으론 화물트럭이 연신 바쁘게 움직인다.

정문으론 젊은이들이 서둘러 출근하는 모습이 보이고 교대근무를 하는 모양인지 이제 막 퇴근하는

직원들의 모습도 보인다.

시내는 넓지 않았으나 수퍼에서 삼삼오오 짝을 지어 나오는 어린 아이들의 재잘거리는 모습이

너무나 귀엽다. 초등학생 딸 아이의 갈래머리를 누가 저렇게 예쁘게 땋았을까 별스런 관심도 든다.

 

석포에 한번은 꼭 가 봐야겠다고 마음 먹은건 군 시절 동료전우때문만은 아니었다.

낙동강 오염의 주범이 석포제련소이고 그 석포제련소가 없어져야 1300만 낙동강주변사람들이

오염없이 살수있다고 환경단체들이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는 기사를 연일 쏟아내고 있어

과연 얼마나 심각해서 공장폐쇄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할까 싶었다.

 

공장폐쇄

이말이 무얼 뜻하는지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람들은 알지 못한다.

어렸을적 겪었던 아픔이 스멀스멀 가슴 밑바닥에서 기어 올라와 기어코 목울대를 막아버려

숨이 막히고야 마는 이 증세는 동병상련을 앓는 사람들만 아는 특이한 증세이다.

 

낙동강의 오염원을 하나로 귀책할수 없다는게 학자들 사이에 회자되고 있다고 한다.

즉 석포제련소의 배출수가 환경오염의 주된 원인이 될수 없다는 이야기이다.

나는 영풍 석포제련소와 아무 관련도 없지만 그들이 오염방지를 위해 얼마나 노력을 해 오는지는

내 경험상으로 알고 있어 그들의 말이 헛되지 않음을 안다.

 

석포면의 인구는 올해기준으로 2200여명이고 그중에 40%840명이 석포제련소와 협력업체에

종사한다고 한다.

석포초등학교엔 초등학생수가 118명이고 유치원생이 48, 도합166명이 다니고 있다.

저학년과 유치원생까지 합하면 100여명의 어린 아이들이 이 자그마한 학교에 다니고 있다는 얘기이다.

젊은 아빠엄마들이 이 작은 시골마을에 제련소 하나의 회사에 인생을 걸고 살아간다는 이야기이다.

시골과 도회지를 막론하고 점점 노령화되어 활기를 잃어가는 현실에 비하면 얼마나 바람직한 모습인지

눈물이 나올 지경이 아닌가?

영풍에서도 자구책을 강구하여 정상화 한다고 하지 않는가?

꼭 공장폐쇄의 강공으로 저 어린아이들의 눈에서 눈물이 나도록 해야 하는지?

 

옛 전우는 찾을길 없고 그런 이름도 들어본적 없다고 하는 나이든 슈퍼 주인의 말에 다소 실망감은

들었지만 해맑은 어린아이들의 웃음소리에 가슴가득 희망을 안고 돌아왔다.

석포는 가지못할 후꾸시마가 아니다

아름다운 비경과 맑은 계곡물이 사시사철 철철 넘치는 덕풍계곡 이웃마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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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포님의 댓글

에이포 작성일

개울물 처럼 잔잔하게 흐르는
한편 단편 소설을 읽은 느낌입니다.
기어이 친구는 만나지 못하셨군요.
매우 아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