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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문 문화예술

길 위에서 길을 묻다 183 – 『치마와 빤스』 ① 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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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에이포 작성일 2021-03-09 11:05 댓글 4건 조회 75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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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마
                                문정희

벌써 남자들은 그곳에

심상치 않은 것이 있음을 안다

치마 속에 확실히 무언가 있기는 있다

 

가만두면 사라지는 달을 감추고

뜨겁게 불어오는 회오리 같은 것

대리석 두 기둥으로 받쳐든 신전에

어쩌면 신이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 은밀한 곳에서 일어나는

흥망의 비밀이 궁금하여

남자들은 평생 신전주위를 맴도는 관광객이다

 

굳이 아니라면 신의 후손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들은 자꾸 족보를 확인하고

후계자를 만들려고 애를 쓴다

치마 속에 무언가 확실히 있다

 

여자들이 감춘 바다가 있을지도 모른다

참혹하게 아름다운 갯벌이 있고

꿈꾸는 조개들이 살고 있는 바다

한번 들어가면 영원히 죽는

허무한 동굴?

 

놀라운 것은

그 힘은 벗었을 때 더욱 눈부시다는 것이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흩날~리더~~.♪ 

필자도 평범한 인간인지라 가끔은 짖궂어지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이 노래를 흥얼거리다가 문득 문정희 시인의 치마라는 시가 생각이 났다.

아쉽게도 여자의 치마 속 신비는 과학과 세속의 오도 된 온갖 속설과 어그러진 도덕성에 의해 신비도 존귀함도 아닌 대상이 되어가고 있다. 그러다가 보니 생명을 잉태하고 탄생시키는 자연의 섭리와 위대함마저도 상실되고 있는 세상이다. 

살아있는 모든 것은 생물학적으로 암수로 구분되는 을 가진다. 작금 남성성과 여성성, 트랜스 젠더나 동성애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성 정체성과 관련하여 말도 많고 탈도 많다.

한때는 요즈음 같으면 성희롱으로 고발당할 음담패설도 문학의 한 장르였고 시대의 트렌드였던 적이 있었다. 김삿갓의 시가 그 대표적이다. 그러나 을 대하는 자세에 따라 그 평가나 가치관은 달라진다

성은 자칫 잘못 다루면 인간의 행태 중 가장 추한 음란물이 되지만 기실 치마 속의 성은 그럴 수 없이 신성하고 신비로우며 달이 뜨는 신전인 동시에 피어나는 봄꽃처럼 눈부시게 아름답고 위대하다는 것을 시인 문정희는 치마를 통해 대변한다.

치마그 속에는 우주의 기운과 생명의 존귀함, 자연의 섭리, 결코 희롱일 수 없는 순수의 본능과 구원이 함께 한다.

다음 회에 게재할 이 시를 읽고 답글 형식으로 쓴 임보의 빤쓰(팬티)’가 매우 흥미롭다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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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욱빈님의 댓글

임욱빈 작성일

에이포님!
"치마" 읊은 문정희 시인!
정말 재미나군요.

그 옛날 방랑 시객 김삿갓님의 시가 생각납니다.
어려운 코로나 시국에 한 번 웃자고 옮겨 봅니다.
 동문님들께 이해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書當乃早知(서당을 내 일찍부터 알았는데)
서당내조지
房中皆尊物(방에는 모두 귀한 존재뿐이라)
방중개존물
生徒諸未十(생도는 다 해야 열도 안 되는데)
생도제미십
先生來不謁(선생이 와도 아뢰지 않으니...)
선생내불알

내용은 버릇없는 학생의 자세를 나무란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서당에 들려 보니 방에는 존귀한 물건, 책들이 많으니 배움도 컷을 터인데 선생이 와도
아뢰지 않은 버릇없음을 점잖게 질타한 내용입니다.

그런데 이것을 발음대로 풀면 다음과 같습니다.

선생은 내 좆이고
방안은 개 좆물 같다.
생도는 제미 씹이고
선생은 내 불알이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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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포님의 댓글의 댓글

에이포 작성일

한술 더 뜨신 친구님.
이 천재시인의 시를 또 한 어느 천재 리플러가 댓글로 달줄 았았소. ㅎ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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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yki님의 댓글

kimyki 작성일

천하의 변강쇠도 그것 없으면 어찌 대(代)를 이르리.
그것 없으면 인류는 아담의 죽음과 함께 영원히 땅에 묻히고 말았을거고 --- ㅎㅎ
난로가에 앉아 잘 익은 군고구를 기다리는 심정으로 사내들은 길고 긴 겨울밤을 견디어 내는거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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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포님의 댓글

에이포 작성일

선배님
군고구마가 너무 익어 탈듯합니다. 
서둘러 꺼내십시요.
견디기에는 너무 길고 진저리나는 코로나겨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