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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뿔 고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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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규전50 작성일 2023-10-21 09:53 댓글 0건 조회 21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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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뿔 고역

 

 

세상에 아프고 싶어 아픈 사람 하나도 없을 것이다.

죄다 건강하게 살고 싶지만 아픔은 어느새 슬그머니 내 곁에 와 있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왜 내가 이런 아픔과 함께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자조 섞인 말을 해 봐야 공염불에 

불과한 것이다.

 

불교에서 보면 인간이 살아가는데 가장 큰 고통이 4가지가 있다고 했다.

生老病死인 것이다.

첫째 태어났다는 것 자체가 벌써 고역으로 들어가는 길이라 본 것이다.

태어나지 않으면 그 뒤에 있는 老病死도 자연스럽게 없어져버리는 것이다.

다음은 늙은 것이라 했다.

늙음은 인생의 겨울로 들어가는 초입 단계라 본다.

그 이후에 인생은 젊은 날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든 나날을 보내야 한다는

 것이다.

세 번째가 병치레인 것이다.

죽을 때까지 병치레 안하고 가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요즘처럼 사고가 많은 세상에는 어느 한 순간에 사고로 아파보지도 못하고 저승에

마지막으로 죽는 것이다.

이걸 피한 사람은 이 세상에 나온 사람 중에 아직까지 한 명도 없었다는 게 정설이다.

 

이 생로병사를 잘 살펴보면 하나같이 병원과 직결이 된다는 것을 인식할 수 있다.

태어나는 것도, 늙는 것도, 아픈 것도, 죽는 것도 죄다 병원과 밀접내지 직 간접적

으로 영향을 받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병원이 없으면 인생사를 제대로 엮어 갈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대목이라

본다.

 

나도 늙고 병들어 감을 확실하게 인식할 수 있다.

병든다는 것에는 육체의 망가짐도 있겠지만 정신적인 쇠약도 포함된다고 본다.

육체적 망가짐이야 60여년 이상을 사용했으니 마모가 될 만도 하겠지만 정신적인

 아픔이 왜 생기는지는 잘 모르겠다.

정신이 망가지면서 육체의 망가짐도 병행해서 급속하게 진행되는 것이다.

육체가 망가지면 정신 또한 같이 망가지게끔 세팅되어 있는 것 같다.

 

환절기에 달갑지 않은 손님이 찾아왔다.

모처럼 독감이 찾아 온 것이다.

예전 같으면 그냥 며칠 앓고 말았을 터인데 이제는 그렇게 버틸 나이가 아니라는

 것을 직감하고 하루를 버티다가 다음날 병원을 찾았다.

혈압재고, 청진기 진찰과 함께 문답식 진단을 한 뒤 처방책을 주었다.

진단을 하는 의사선생님을 보니까 존경스러운 면도 보였다.

과거에는 의사도 하나의 직업군으로 밥 먹고 살기 위하여 의료행위를 하는 것처럼

 보였으나 늙어서 아파보니 그가 그 순간엔 구세주처럼 보이더라는 것이다.

참 특이한 현상이 아닐 수 없었다.

 

진단이 끝난 뒤 의사선생님 왈,

약은 3일치 정도 지어줄 터이니까 시간에 맞추어 잘 먹고,

아무래도 약만 가지고 안될 것 같으니까 엉덩이 주사 한 방 맞고 가야한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아주 오랜만에 엉덩이 주사를 맞는 상황이라 약간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난 주사 맞는 침대에 엎드려 맞는 줄 알았는데 그냥 서서 바지와 팬츠를 내리라는 

것이다.

마침 바지 뒷주머니에 휴대폰과 지갑이 있었던지라 그 무게로 인하여 바지가 훌러덩

 다 내려가 버리는 불상사가 발생되었다.

간호사 앞에서 많이 무안했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엉덩이 주사도 가끔 가다가 맞아야 그런 불상사에 대비할 수 있었을 터인데 하는 

생각도 들어간다.

 

 

주사를 맞고 약을 먹어서 그런지 그날은 개운하게 보냈다.

그런데 그날 밤을 새고 나니 여전히 몸살기가 슬슬 나는 게 개운치 못하였다.

할 수 없이 하루 종일 방구석에 늘어져 뒹굴었다.

컨디션이 나쁜 가운데 방에 뒹굴어보니 그것 또한 할 일은 아닌 것 같았다.

그러지 않고 달리 처신 할 방법이 없으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 될 수 밖에 없었다.

딱함과 괴로움이 함께 오다보니 자연스럽게 정신적 육체적 고통이 따를 수 밖에

 없었다.

 

감기에 관해서는 어느 정도 앓아야 한다는 논리가 성립된다.

약을 먹으면 7, 안 먹고 버티면 일주일 정도 앓다가 낫는다는 게 감기라고 한다.

그래도 의사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물 많이 마시고 잘 먹고 편안하게 처신하면 

된다기에 그렇게 하려고 했으나 목구멍이 칼칼하여 음식맛 자체가 없어져 버렸

으므로 잘 먹기에는 글렀다.

아직까지 목이 부어서 음식도 잘 안 넘어 가고 입안도 바싹바싹 마르는 증세가 

여전히 남아있다.

혹시나 몰라서 코로나 진단키트를 가지고 검사를 해 본 결과 다행히 그건 아닌 것 

같아서 약간은 위안이 된다.

어찌하였던 아프지 않고 살아간다는 것은 결코 용이치 않다는 것을 다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아픔이 조용히 내게 찾아올 땐 미련을 떨기보다 병원으로 가 보는 게 

그래도 정신적 위안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간다.

이번 감기가 끝나면 내 자신의 몰골이 좀 더 노화되었으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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