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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예비군 훈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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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규전50 작성일 2023-12-17 09:02 댓글 0건 조회 24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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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라진 예비군 훈련장

 

한국에서 태어난 남자라면 군대라는 곳을 의무적으로 거처야 한다는 것쯤은 

다 알고 있을 것이다.

군대만 갔다가 오면 될 일이 아니라 그 이후부터 몇 년간 동원예비군 훈련과 일반

 예비군 훈련을 마쳐야 군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게 된다.

 

 

우리지역엔 해안이라는 국경 아닌 국경이 존재하다보니 군 수요도 상당히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휴전선에서 국경을 맞대고 남북 간이 총칼을 겨누면서 으르렁거리지는 않지만

 해안도 엄연한 국경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동해안으로 북한군이 처내려 왔던 사례는 많이 있었다.

북한군의 친입이었던 것이다.

해안이 곧 국경이란 말이 실감났던 것이다.

지금도 해안 일부에는 휴전선에 설치되어 있는 철조망 같은 것이 쳐저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휴전선이던 해안이던 간에 이곳을 지켜야 할 사람은 군인인 것이다.

평화시엔 군인이 지키지만 만에 하나 비상시국이 만들어지면 제 2의 군인인 

필요했을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을 원만히 해결하기 위해서 만든 것이 다름 아닌 예비군이었다.

군대를 갔다 온 한국 남자라면 누구나 예비군에 자동으로 편입되게끔 구조적

으로 만들어 놓았다.

아무리 바빠도 예비군 훈련 통보를 받으면 그 소임과 임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생업을 뒤로 했어야 했다.

 

 

우리 지역에서 일반 예비군의 애환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곳이 예비군 훈련장이다.

그 예비군 훈련장은 산자가 수려한 저수지 옆 부분에 설치되어 있었다.

사격장은 개천 건너 서쪽 편에 따로 마련되어 있었다.

훈련장 위쪽에는 우리 지역에서 유명한 절 하나가 위치하고 있다.

처음 이 훈련장이 만들어졌을 때엔 주변은 저수지 이외에 별다른 시설이나 도로는

 없었다.

그러던 것이 세월이 지나면서 고속도로가 그 밑으로 뚫리고 거기에다 나들목까지

 생기게 된 것이다.

그 근처에 T라는 전국에서 유명한 토종 커피 프랜차이드 본사가 있다.

예비군 훈련장 들어가는 입구에 유명한 토종닭집도 있다.

훈련장에 훈련받으러 들락거리면서 그 집에서 토종닭을 접해 보았던 예비군들도 

많이 있었을 것이다.

 

 

우리 지역에서 예비군 훈련장은 군에 다녀온 이 지역 남자들의 추억의 메카라는데

 의의가 없을 것이다.

나이를 먹고 그 훈련도 소집해제가 되고 난 다음에야 그곳에 가 볼 일은 크게

 없으리라 본다.

혹시나 절에 갈  기회가 있거나 산 정상에 등산이라도 갈라치면 예비군 훈련장을

 지나쳐야 할 것이다.

 

 

지난 1211일인가 우연찮게 저수지 위쪽으로 올라가 볼 기회가 생겼다.

당시에 겨울철 치고 많은 비가 왔기에 저수지의 가득찬 물을 볼 기회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그쪽으로 가 보게 되었다.

비가 대차게 오는 바람에 그 위쪽 민가가 하나 있는 곳에서 차를 돌리려고

 올라가는데 예비군 훈련장이 있던 곳이 왠지 허전하게 느껴졌다.

아니 올라갈 때도 오른편 산 쪽에 건물이 있었는데 그 건물도 오간데 없이 

깨끗하게 나대지로 정리되어 있었다.

저수지 쪽을 내려다보니 주변에 조경용방제망과 철망으로 된 정문만 그대로

 덩그란히 남아 있고 나머지 건물은 감쪽같이 다 없어져 버렸다.

그야말로 그냥 나대지로 되어 버린 것이다.

 

 

우리지역을 상징하는 예비군 훈련장이 없어진다면 언론에서라도 언급이 되었을

 터인데 지금까지 까마득히 모르고 있었다는 것도 좀 그렇게 느껴졌다.

물론 그것도 군사시설인 만큼 굳이 일반 시민들에게 알려줄 필요성은 느끼지 

못했을 수 도 있을 것이다.

어찌하였던 쥐도 새도 모르게 그 훈령장을 없애버렸다는 것도 특이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아니면 구 건물이나 시설물을 싹 밀어 내고 최신식으로 훈련장을 다시 지을 수

 있도록 기반 조성을 하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지금 이 시점에서 과거에 건재했던 예비군 훈련장의 껍데기는 사라진 것이 틀림없다.

더 나은 시설을 만들기 위한 전초작업인지 아니면 예비군 자원이 없어서 없애버렸는지 

그것도 아니면 다른 곳에 옮아가서 만들었는지는 알 바 없다.

그것도 아니라면 예비군 자체가 이 시대에 필요없는 존재로 전락해서 그런 것인가.


저수지가 내려다보이고 산자락이 포근히 감싸주고 있었던 예비군 훈련장은 지금 이

 순간엔 작동을 하지 않을 것 같다.

껍질이 사라진 예비군 훈련장을 바라보면서 예전에 그 훈련 받을 때가 불현 듯 떠올랐다.

나의 집 농짝에는 아직까지 그 시절에 입었던 예비군복이 잘 보관되어 있다.

버리자니 아깝고 놔두자니 짐짝이 되어 있지만 그 옷에 나이는 이미 40년은 다 

되었을 것 같다.

이제는 군인이고 예비군이고 민방위고 간에 나에겐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인간이

 되었지만 당시에 예비군 훈련의 추억은 쉽게 머리에서 떠나가지 못하고 있다.

예비군 훈련장이 있을 때엔 잘 못 느꼈는데 막상 사라져버리고 나니 그 당시에 

추억이 더 강렬하게 떠오름을 막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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