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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길묻 2 - 『겸손은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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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에이포 작성일 2024-01-15 17:01 댓글 0건 조회 14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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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겸손은 힘들다.”는 이념적 호불호가 명확하게 갈리는 인푸루언서 김어준이 한국교통방송(TBS)에서 독립해 만든 너튜브의 뉴스공장 프로그램 이름이다. 이 이름 속에는 그가 진행하는 뉴스나 대담이 교만하거나 오만해지더라도 이해해 달라는 독자층에 대한 요구가 내재되어 있다. 방송 컨텐츠를 살리기 위한 의도적 도발에 대한 시청자의 공격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선포를 해버린 것이다.

 

신년 초, 모 단체가 주관하는 한 인사회에 참석했다. 인사회니 만큼 초대면의 한 참석자에게 명함을 건네며 인사를 했더니 반가워하면서 하는 말이 이랬다.

항렬이 상당히 높으십니다.”

그런데 그 말을 들은 필자가 불쑥 한 대답이 이랬다.

옛말에 일가 못난 것이 항렬만 높다고, 제가 그렇습니다.”

제 스스로 일가 못난 것이라고 겸손을 떨다니...

말을 뱉어놓고 보니 왠지 모르게 선을 넘은 듯 한 것이다.

 

겸손(謙遜)은 자신을 낮추고 상대를 존중하는 자세와 태도를 일컬음인데 동서양을 막론하고 최고의 미덕 중 하나로 꼽고 있다. 하지만 미덕을 앞세워 자신을 지나치게 비하하거나 자학한다면 그것은 겸손이 아니다. 인간은 무엇보다도 자존감을 지녀야 하기 때문이다. 즉 자신의 위치를 어느 정도 자각하는 선에서 겸손해야 상대의 기분도 덜 나빠진다. 칭찬이 지나치면 아부가 되는 것처럼 겸손에도 완급 조절이 필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이 아닌가.

 

사람들 앞에서 자식 자랑이나 돈 자랑을 하지 말라는 옛말이 있듯이 겸손은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자신의 가까운 가족, 가문, 출생지나 출신학교에 까지 이어진다. 특히 자식을 성가 시키는 상견례 자리에서는 자식을 소개할 때에는 의례적으로 "제 부족한 자식놈입니다."라고 표현했다.

 

자기 PR시대인 근래 대한민국에서 이러한 과도한 겸양 문화는 거의 사라져 가고 있지만, 동양 문화권에서는 상대가 자녀를 칭찬해 높이면 부모가 자녀를 다시 낮추는 형태로 쌍방간 조화와 균형을 이루려는데 반해, 서구문화권에서는 부모가 겸손보다는 자녀의 잘하는 점을 앞세우며 기를 세워 주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고대 중국의 백과사전인 회남자에는 강물이 모든 골짜기의 물을 포용할 수 있음은 아래로 흐르기 때문이다. 오직 아래로 낮출 수 있을 때에야 결국 위로도 오를 수 있게 된다.” 라고 했고, 추기경 라 로슈푸코는 겸손해 지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겸손은 남에게 칭찬 받는 것을 싫어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완곡하게 칭찬 받고 싶은 욕망에 지나지 않는다.” 라고 했으니 그저 자신을 낮추면 되는 줄 알고 있던 겸손은 따지고 보면 참 어려운 화두다. 인생 그 자체도 힘들지만 삶의 태도인 겸손도 그만큼 힘든 것이다.

 

사회적으로 표준이거나 모범이 되는 아티스트는 아니지만 가수 조영남은 1991년 발표한 겸손은 힘들어라는 노래를 불렀다.

 

세상에는 이런 사람 저런 사람/ 세상에는 잘난 사람 못난 사람/ 많고 많은 사람들이 있지만/ 그 중에 내가 최고지/겸손 겸손은 힘들어 겸손 겸손은 힘들어

(중략)

돌아가신 울아버지 울 어머니/ 날더러 겸손하라 겸손하라 하셨지만/ 지금까지 안 되는 건 딱 한 가지/ 그건 겸손이라네/ 겸손은 힘들어 세상에서 제일 힘든 겸손/ 겸손은 정말로 힘들어

 

새해에는 자존감 보다는 인생 앞에서, 대자연 앞에서 좀 더 겸손 하자는 쪽으로 방향을 정했다해서, 새해 다이어리 제일 앞장에 이런 글귀를 적어넣었다.

 

담대하게

그러나 겸손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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