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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길묻 - 불멸의 사랑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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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에이포 작성일 2024-04-08 15:57 댓글 0건 조회 12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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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는 여러 종류와 유형이 있다.

 

어설프기만 한 연두빛 풋사랑에서부터 태어나 처음 이성에게 온전히 마음을 빼앗겼던 첫사랑, 루두스 형태의 유희적 사랑, 열정적이고 로맨틱한 에로스적 사랑, 자기희생과 상대 중심의 헌신적인 아가페적 사랑, 상사병에 걸릴 만큼 독점적이고 집착하는 광기의 사랑 등 단정 짓거나 헤아릴 수 없는 수 많은 형태들의 사랑이 존재한다.

 

여기 매우 이지적이고 헌신적인 특별한 사랑 하나가 있었으니 필자는 불멸의 사랑이라고 이름을 붙이기로 한다. 그리고 그 사랑 이야기를 몇 차례에 걸쳐 연재를 기획했다. 이제 그 사랑이야기를 시작하고자 한다.  

 

부용은 몰라도 부용화는 누구나 익히 아는 꽃 이름이다. 그 꽃의 주인공이 부용이다. 부용화는 아욱과의 두해살이 풀로 무궁화처럼 생겼으나 무궁화 보다 꽃잎이 크고 화사하다. 보통 5~6월에 자태를 드러내니 꽃말이 매혹또는 반드시 오는 행운이다. 그러기에 만약 부용을 만난다면 이 세상의 가장 이지적이고 아름다운 여인을 만나게 되는 것이 된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그토록 그립던 사람을 만나는 일 만큼 설레는 일이 또 어디 있을까. 예상치 못한 곳에서 우연히 만나면 하늘이 맺어준 인연이라며 더 감격해 할 일이다. 더구나 아름답고 시와 예에 능한 기생이라니 서양영화의 제목처럼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것이다.

 

김부용(金芙蓉). 호는 운초(雲楚). 송도기생 황진이, 부안기생 이매창과 더불어 우리나라 삼대시기(三大詩妓)로 일컬어지던 여류문인이다. 조선 후기 순조 때, 여성으로서는 드물게 350여 수의 시가 담긴 문집 운초집을 남긴 여류문인이라는 점은 한눈에 매료되기에 충분하다.

 

그는 30대 전후에 천안출신 원로대신 김이양(1755~1845)을 만나 그의 후실이 되면서 천안과 인연을 맺고 죽어서도 그를 잊지 못해 천안 광덕산에 묻혔다.

 

살아서 만나다면 오죽이나 좋을까만 이미 죽은 부용을 만나는 일은 매우 슬프다. 그녀의 아름다운 자태와 봄바람처럼 코끝을 스치는 고운 향기를 이승에서 함께 하지는 못하지만 시문을 통해서라도 접할 수 있으니 위안이라면 큰 위안이다.

 

그녀의 묘는 1974년 소설가 정비석에 의해 발견되었기에 천안에 소재한 인력개발원 교수로 근무할 때 일부러 찾은 적이 있다. 지금도 부용에 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양반가의 딸로 태어났음에도 기생이 된 내력, 그녀의 작품세계, 정확한 생몰연대 등 궁금한 것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그러다가 우연히 같은 시대를 살았던 한 암행어사의 서수록(西繡日記)에 그녀가 등장한다는 얘기를 한 고전학자로부터 귀동냥했다. 예상치 못한 기록에서 200여 년 전, 자태 아름답고 시문에 능한 낭만의 여인 부용을 만나게 되는 일은 가슴이 떨리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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